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증시 강세는 기관투자자들이 빚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최근 3개월간 약 3%,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4% 각각 하락했다. 반면 뉴욕증시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3% 올랐으며, 올해 상승폭은 무려 21%에 달해 거의 답보 수준인 아시아 증시와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아시아와 미국 증시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소수 대장주에 기관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전체 증시 강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비중이 큰 일부 기업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일종의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종목으로는 마스터카드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닷컴, 애벗래버러토리스, 페이팔홀딩스 등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기관투자자들의 상위 50개 보유 종목 중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들이 보유한 종목이 중복되는 경우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투자 스타일은 달라서 이런 중복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주에는 이런 경향이 시장에 반영됐다. 아마존과 포드자동차, 테슬라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큰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수개월간 상승 추세에 있던 테슬라와 포드 주가는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 이후 급락했지만, 알파벳은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주가가 지난 26일 9.6% 폭등했다.
알파벳과 같은 급등세는 트렌드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층 높여 소수 종목에 대한 투자 편중 현상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BoAML은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진 반면,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등 이른바 ‘FAANG’의 공매도 잔고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대장주만 무조건 매입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으며 이를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완만한 성장이 몇 년간 지속된 결과, 기관투자자들은 실적이 좋은 기업 이외 보유 종목 확대를 꺼려왔다. 이러한 자세는 최근 수개월간 더욱 높아지고 있다. DWS그룹은 “글로벌 경기둔화가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공포를 촉발하면서 성장주와 가치주의 밸류에이션 차이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수 종목에 투자가 집중되면 악재가 발생했을 때 매도가 매도를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된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나스닥지수의 ‘조정국면 진입(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은 일부 대형 IT 종목의 하락에서 비롯됐다. 당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나스닥처럼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쏠림 현상에 가치투자자들은 몇 년간 고전하고 있다. 캐피털시큐리티즈매니지먼트의 켄트 엥겔케 매니징디렉터는 “우리는 지난 3년간 대형 기술주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 발굴에 집중했다”며 “결과는 참패다. FAANG을 보유하지 않아서 30여 년간 업계에 있으면서 최근 수년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