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화이트리스트(전략 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가 2일 현실화된 가운데, 중국은 이 틈을 타 ‘반도체 굴기’ 야욕을 키우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한·일 갈등을 기회 삼아 자국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참고소식은 1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왔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중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핵심 경쟁력을 향상할 기회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일본과 한국의 몇몇 기업이 중국을 산업 사슬에 끌어들이거나, 심지어 부분 산업 사슬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반도체 첨단소재 일부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며,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일부 생산능력을 중국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대규모 생산능력이 중국으로 이전된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완전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대대적인 시설투자와 국내 인력 빼가기로 반도체 기술이 상당 수준 올라왔다. 중국은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투자해 현재 15%에 머물러 있는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직 반도체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격차는 상당 부분 존재하지만, 중국이 물량과 대규모 투자를 앞세운 인해전술식 공략으로 빠르게 한국을 쫓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7월 반도체산업발전 대토론회에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우리나라가 중국에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 하나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저가 수주로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철강과 조선 분야를 잠식했고, 이어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산업에서도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역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중국의 추격은 시작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낸드플래시에 이어 지난달 D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자체 D램 사업군을 새로 구성한 것이다. 칭화유니는 2015년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미국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자회사인 양쯔메모리(YMTC)를 통해 낸드플래시만 생산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는 “칭화유니는 이미 자회사인 YMTC 생산라인 건설 경험이 있고, 기술력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어 D램 사업 진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국제 정치와 경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러시아 군용기는 최근 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중국의 추격,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침체,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 불안 가중 등 각종 악재에 첩첩산중에 갇히게 됐다. 한국을 둘러싼 미ㆍ중ㆍ러ㆍ일ㆍ북의 움직임이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