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대응방법을 놓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이 완료되었다는 정치외교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본다. 따라서 정치적 해결을 선호한다. 반면 최근의 국내외 많은 분석들은 경제보복이 정치외교적 요인에서 시작했지만 한국 경제·산업에 대한 견제와 종속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아베 정부의 한일역사와 관련된 반응이 다테마에(겉마음)라면 한국 경제 견제와 종속추구는 혼네(속마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경제적 대응방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설령 혼네가 아니라도 반복 협박을 받지 않기 위해라도 경제적 대응이 정답이다.
경제전쟁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 경험만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제위기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현장의 요구를 알고 있다. 이달 7일 대통령이 말했던 “우리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도 수요처인 대기업 쪽에 납품되고 공급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현장은 동반성장과 상생협력만이 가야 할 길임을 제시한다.
동반성장 또는 상생협력은 해묵은 담론처럼 경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강조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 결실은 미흡했다. 원인은 정책전략의 미흡함과 지속 가능한 추진력 결여에 있다. 경제문제는 꾸준함이 필수다. 그러므로 현장전문가 중심의 정책개발과 실행전술이 구현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그리고 규제를 통합적인 해결방안으로 묶어서 분석하고 실행하는 종합력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속 관리 관점에서 정부가 고려해야 할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휴대폰 등 전문 제조업은 해당 제품만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문 제조업이 시스템 유지관리, 물류회사, 금융과 소매업에 이르기까지 문어발식으로 경영하는 한국만의 생태계에서는 소재·부품 산업의 기술 축적, 인력 축적은 불가능하다.
둘째, 대·중소기업 간의 전속거래 관행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전속거래가 좋은 점도 있지만 갑을관계 조성과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 확대를 어렵게 한다. 최근 김학수 호서대 교수의 반도체 분야 25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40%가 ‘고객사가 독점 거래를 요구해 고객 다변화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국내 시장의 한계 또는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를 이유로 수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고객사의 요청으로 사실상 어렵다’고 44%가 답했다. 모두 전속거래 문제다. 이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부가 현장의 요구를 정책화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육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도 산업화 시기 정부에 의한 산업정책 결과다. 이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협력이 쉽지 않음은 그동안의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극복의 조급함이 대·중소기업 간 전속거래 강화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강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과도하다.
독일 경제생태계를 배워야 한다. 독일, 미국 등에선 전문제조업이 우리나라처럼 문어발식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없다. 제조업마다 세계시장을 향해 본연의 자기 제품만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왔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경쟁하고 우리와 다르게 경쟁우위를 점유해 가는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다. 한일 경제전쟁이 기회다. 모두가 중소기업 육성에 공감한다. 철저한 감시제도와 육성제도를 수립해 전문 제조업 부흥의 기틀을 마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