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현대자동차그룹이 10대 그룹 최초로 선언한 ‘공채 폐지’ 움직임이 주요 계열사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2월 그룹에서 가장 먼저 ‘정기 공채’를 전면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5월에는 현대모비스가 그 대열에 올라섰다.
이어 지난 4월부터 채용 제도 개선을 검토해 온 현대제철 역시 오랜 기간 유지했던 공채 틀을 벗고 수시 채용 전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의 방침을 따라감과 동시에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공시 채용 전면 폐지’ 관련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공채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통상 8월말~9월초에 시작되는 현대제철의 하반기 공채 모집 공고를 내지 않았으며, 대신 연구개발(R&D), 영업, 생산기술, 정비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신입사원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현대제철도 수시 채용 늘리고 서서히 공채를 없애며 그룹 정책을 따라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기아차, 모비스가 창사 이래 최초로 도입한 상시채용은 직원들로부터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하고 긍정적 사내분위기를 마련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하반기 정기 공개 채용을 진행 중인 현대글로비스는 아직까지는 현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채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당분간 정기적으로 공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등 나머지 일부 계열사는 공채 폐지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국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현대·기아차를 시작으로 “정기 공채를 완전히 없애고 수시 채용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가 정기 공채를 포기한 것은 창립(1967년) 이래 처음으로 2008년부터 해마다 2회 실시했던 현대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도 폐지됐다.
당시 그룹 관계자는 “정기 공채 방식으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빠르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수시채용 전환을 결정했다”면서 “실제 기존 공채 시스템은 필요한 인력을 보강하기까지 약 1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면, 상시 공채의 경우 인재 확보 기간을 70% 가량 줄일 수 있다”라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혁신적 결단은 재계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SK그룹이 공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