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카드 연계 상품을 출시하며 계열사 살리기에 나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카드 이용 실적이 연계된 예·적금에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국내 주요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마이트립 적금’을 출시했다. 가입 기간은 1년이며, 기본금리는 연 1%다. 만기 때 마일리지를 주는 상품이다.
그런데 혜택을 받으려면 하나카드의 ‘마이트립 스카이패스 마이 플라이트 카드’ 또는 ‘마이 트립 아시아나 클럽 마이 플라이트 카드’의 결제 실적이 있어야 한다. 두 카드 모두 이날 출시된 신상품이다. 한마디로 적금에 가입해 마일리지를 쌓으려면, 신규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도 최고 연 6%를 주는 ‘여행적금2’를 선보였다. 기본금리는 1.8%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4.2%포인트(p)를 더해준다. 우대율이 가장 높은 부분은 우리카드 이용 실적이다. 카드를 많이 쓰거나, 공과금을 카드로 납부하면 3.5%p를 추가로 준다.
신한금융은 카드 결제에 ‘투자’를 엮었다. ‘소액투자 서비스’는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일정 금액이 펀드에 자동 투자된다.
예를 들어 ‘건당 투자금액 2000원’을 약정한 A 씨가 하루에 3번 카드를 긁었다면 다음 날 6000원(2000원x3)이 펀드에 입금된다. ‘자투리 투자’는 카드 결제액 중 남은 돈을 펀드에 넣어준다. 1000원 혹은 1만 원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 상품 모두 카드사 충성 고객을 늘리는 방안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연계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건 계열사인 카드사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예·적금 가입기간에는 카드 고객 발을 묶을 수 있다.
비이자 이익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에 카드사들은 그야말로 아픈 손가락이다.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환급 등으로 인해 하반기 적자 전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력 생존을 위해 신용평가 등 신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 지주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카드사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에 연계된 상품 출시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