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이 ‘풍납 레미콘 공장’ 이전에 이어 단일 생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성수공장’ 이전사업도 행정당국과 업체 간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서울숲 확장 계획에 따라 부지 이전에 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삼표 측이 대체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사태가 악화할 경우 향후 행정당국과 삼표 간 ‘풍납’ 사태에 이은 ‘제2의 소송전’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7일 서울시와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삼표 성수공장은 서울에 남은 4곳의 레미콘 공장 중 한 곳으로 삼표산업 본사가 위치해 있는 알짜배기 사업장이다. 성수공장은 출하 이후 1시간 30분 이내에 현장 배송을 마쳐야 하는 레미콘의 특성상 서울에서 발생하는 수요의 40% 가까이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자체 반대와 주민 민원으로 서울 외곽 수도권으로 대체부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표 측은 대체부지 마련 작업에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삼표 성수공장 부지는 현대제철이 소유한 2만2924㎡와 국공유지 5032㎡로 구성돼 있고, 삼표산업은 현대제철 땅을 빌려 운영하고 있다. 공장 부지 이전 계획은 20년 전부터 세워졌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가 2017년 10월 토지주인 현대제철과 임차인인 삼표산업이 2022년 6월까지 공장 이전 및 철거를 마무리하기로 서울시와 협약을 맺으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반면 협약 체결 후 대체부지 확보는 물론 부지 매입 또는 교환 등 해결 방식조차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송파구와 삼표 측이 풍납공장 대체부지 마련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향후 성수공장에서도 대체부지 확보 문제가 새로운 쟁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대체부지 마련에 대한 책임은 삼표 측에 있다”며 완강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시는 현대제철과 삼표산업, 서울시 3자가 공장 이전을 협약한 만큼 현대제철과 삼표 측이 부지임대 계약 종료와 보상협의는 성실하게 치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풍납은 삼표가 원치 않았는데 떠나야 하는 형편이라 처음부터 거부한 데 반해 성수공장은 이미 그룹사가 나서서 확약까지 해 상황이 다르다”며 “2022년 6월까지 부지 임대를 종료키로 약속한 만큼 양측을 압박하기보다 좋은 방향으로 흐르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표 관계자는 “풍납에 이어 성수까지 한꺼번에 이전 작업이 몰리면서 대체부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표 측이 풍납공장에 이어 성수공장까지 한꺼번에 대체부지를 찾아 이전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사안에 따라 성수공장 역시 풍납과 같은 법정소송에 휘말리거나 이전을 최대한 늦추는 버티기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