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 든 대기업 고용…채용은커녕 구조조정 본격화

입력 2019-09-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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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다이어트' 나선 LG디스플레이ㆍ중공업ㆍ완성차 3사…靑 "고용지표 개선" 설명과 대조적

디스플레이와 중공업,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밖으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정세가 복잡한 구도로 이어지는 한편, 안으로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경기침체와 고용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전방산업을 중심으로 인적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권고사직과 해고의 직전 단계인 희망퇴직과 순환 휴직이 속속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최근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 LG디스플레이가 희망퇴직을 통한 ‘조직 다이어트’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7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 환경 설명회를 열고 희망퇴직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다. 지난해에 이은 2차 희망퇴직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 5년 차 이상의 기능직(생산직)이다. 희망자에 한해 지난해와 같게 고정급여의 36개월분을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0월 말까지 희망퇴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CEO인 한상범 부회장은 이미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 LCD 공급 과잉에 따른 판가 하락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경영 실적이 악화하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회사 측은 긴축재정을 시작으로 사업별 책임 경영체제를 강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도무지 저점을 통과하지 못하는 조선 및 중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해외 수주 부진에 탈원전 정책 영향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체 직원 8000여 명 가운데 과장과 차·부장급 2400명이 지난 1월부터 올 연말까지 순환 휴직 중이다.

현 정부 들어 이전 정부가 계획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취소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일감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쯤 되니 협력사 역시 경영난에 허덕인다. 두산중공업에 원전 제어봉과 제어계통 전력함을 공급하는 협력사 ‘인터뱅크’는 원전 설비 발주가 끊어지면서 직원의 55%를 줄였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3사는 인적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한국지엠(GM)은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28만7540대로 작년 동기보다 6.2% 감소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노사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추석 연휴 전, 전면 파업에 나섰다. 200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후 처음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인천 부평 2공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제시 등을 요구했지만 사 측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직수입한 신차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사지 말자”는 자사 제품 불매운동에 노조가 나서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르노삼성 상황도 심각하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는 QM6 선전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수출이 급감하면서 8월까지 누적으로 판매가 11만4705대에 그쳤다. 작년 동기보다 27.1%나 줄어든 규모다.

노사 갈등이 확산하면서 내수가 5.5% 감소하는 가운데, 글로벌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수출은 38.9%나 줄었다.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 테이블에 올랐다. 올 연말 시간당 생산량(UPH)이 기존 60대에서 45대로 낮아지면 현재 부산공장 생산직 1800여 명 가운데 20%가 넘는 400여 명이 남게 된다. 르노삼성은 27일까지 생산직 선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노사갈등이 없었던 쌍용차는 해외판매 급감에 발목이 잡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8월 판매가 1만15대로 간신히 1만 대를 넘어섰으나 작년 동기보다 11.8% 줄어든 규모다. 올해 16만3000대를 판매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으나 잇따른 신차들의 판매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2011년부터 시작된 쌍용차의 적자 행진은 최대주주 마힌드라가 티볼리 기술료를 지급한 덕분에 2016년 4분기에만 ‘반짝 흑자’를 냈다. 이후 10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임원의 20%를 줄였고, 나머지 임원의 급여도 10%를 삭감했다.

그런데도 판매 하락의 여파를 피할 수 없어, 사무직을 대상으로 순환 휴직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22개 복지 항목의 중단 또는 축소 등도 추진 중이다. 고용불안 탓에 신입사원과 경력직 채용은 꿈도 못 꾼다. 쌍용차는 비업무용 자산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쇄신책을 추가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전방산업의 상황은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9월 둘째 주 청와대가 “최근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규모가 정부의 애초 전망치를 상당폭으로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많은 기업이 사실상 구조조정 직전 단계에 직면했다”라며 “1998년 IMF와 2008년 리먼 쇼크에 이어 10년 만에 돌아온다는 고용 위기가 본격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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