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인들은 가난하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절반은 연소득 2054만 원(중위) 미만이었다. 근로·사업소득 평균값은 각각 1533만 원, 765만 원이었다. 같은 해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률이 36.2%에 불과한 탓에 국민·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 총액도 753만 원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2016년 상대 노인빈곤율은 4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았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복지정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근로·사업소득은 급감하는 상황에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의 혜택을 보는 노인은 10명 중 4명뿐이다. 이마저도 가입기간이 짧아 올해 월평균 수급액은 52만 원 수준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노후소득 공백기를 메워줄 ‘브리지’가 시급했고, 노인들의 부족한 처분가능소득을 고려해 필수지출을 줄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수단이 기초연금과 국민건강·장기요양보험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들이 지표만큼 가난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다양한 노인빈곤지표 산정에 관한 연구(윤석명·고경표·김성근·강미나·이용하·이정우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빈곤층 중 절반가량은 소득만 없을 뿐 고자산층에 해당했다. 상대 노인빈곤율이 44.1%였던 2015년 소득과 자산이 모두 빈곤층에 해당하는 노인의 비율은 한국복지패널조사 기준으로 20.8%,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으로 18.9%였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16년 주택가격을 고려해 노인빈곤율을 재산정하는 경우 2014년 빈곤율은 45.6%에서 19.1%로, 2015년 빈곤율은 44.1%에서 18.9%로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중위자산은 2억660만 원이었다. 전체 노인의 절반은 2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논의가 등장한 건 기초연금과 건강·장기요양보험이 의무지출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역연금 수급자와 고소득·고자산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노인이 수혜 대상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당장 올해부터 세금을 낼 사람은 줄지만, 노인에 대한 재정지출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따라서 보편적 특성이 강한 노인 대상 복지정책들을 빈곤층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지금의 복지정책은 빈곤층이 아닌 중산층 이상이 더 큰 혜택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초연금 등 현금급여 확대는 국민·개인연금 가입, 실물자산 현금화 등 자발적 노후 준비 유인을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미래의 노인이다.
지난해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의 재정수지 전망을 보면,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률은 2020년 44.3%에서 2030년 55.7%, 2040년 69.6%로 오른다. 20년 뒤에는 전체 노인의 약 40%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중복 수급하게 되는 것이다. 월평균 수급액도 2020년 66만 원, 2030년 84만3000원, 2040년 113만9000원으로 오른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1.5배다. 낸 보험료의 150%를 연금으로 받아간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초연금까지 더하면 오히려 중산층 이상이 극빈층보다 더 큰 제도적 혜택을 받게 된다.
자산 측면에서도 미래의 노인이 현재의 노인보단 부유하다.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40대인 가구와 50대인 가구의 중위자산은 각각 3억1040만 원, 3억76만 원이었다. 60세 이상의 1.5배 수준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연령대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은 40대가 6912만 원, 50대는 6758만 원으로 60세 이상(2660만 원)의 2배를 훌쩍 웃돌았다.
반론도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와 임시·일용직, 자영업 취업자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고, 현금화가 용이한 실물자산은 일부 고소득층에 편중돼 있다는 점에서다.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미래엔 지금보단 나아질 거라고 하지만, 국민연금 수급률이나 가입금액 등을 따져보면 지금보다 월등히 개선되긴 어렵다는 연구가 대부분”이라며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면 빈곤율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지만, 자산은 소득보다 불평등도가 더 크단 점에선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