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이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하면서 인도계 인재 채용이 급감했지만 이른바 ‘GAFA’로 불리는 구글과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은 높은 보수를 지렛대로 해외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고급 전문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취업비자인 ‘H1B’로 전 세계 IT 인재들을 끌어모았다. 그 중 인도 출신은 무려 70%에 이른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교육사업 창업을 추진하는 한 일본인 사업가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출신 기술자 채용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정권 하에서 3주 걸리던 H1B 승인이 무려 4개월 걸렸다”며 “기술자 연봉을 당초 8만 달러에서 약 13만 달러(약 1억5600만 원)로 올리고 나서야 채용할 수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정권은 2017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H1B 비자 심사를 엄격하게 했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2018 회계연도(17년 10월~18년 9월) H1B 승인 건수는 총 33만5000건으로 전년도보다 10% 감소했다.
고용주 기업 별로는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IT 서비스 기업들의 급감이 눈에 띈다. 인포시스와 타타컨설턴시서비스, 코그니전트테크놀로지솔루션스 등 인도계 대기업 3개사는 H1B 신청의 주요 단골이었지만 지난해 승인 건수는 3사 합계로 전년보다 59% 급감했다.
H1B 비자에 대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저렴한 임금으로 확보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미국인과 경합할 것 같은 ‘중간 수준 기능·소득’ 계층에 대해 H1B 발급을 크게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만큼 고학력과 고임금의 해외 인재를 ‘GAFA’가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4개사는 H1B 비자 승인을 받은 건수가 지난해에 전년보다 총 28% 급증해 상기 인도계 대기업들과의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H1B 비자 발급이 쉬운 고임금의 인재를 확보한 영향이다.
GAFA의 비자 신청 대상자 연봉 중간값은 12만~15만 달러로, 인도계 대기업의 약 8만 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도 보상을 올리는 등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됐다.
즉 박사급의 고학력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뛰어난 해외 인재들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이 싹쓸이 해버린 반면 중간급 인재들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의 이런 변화가 다른 나라에는 IT 인재를 얻을 기회가 된다. 캐나다와 영국이 현재 인재 포섭에 나선 상황이다. 유연한 급여체계 마련이나 처우 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런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