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주요 철강제품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철강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 원자재(철광석) 가격이 30~40% 오른 상황에서 성사된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은 한창 줄다리기 중인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에도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만으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 회사는 총 4000억 원대의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최근 한 국내 완성차업체와 2017년 이후 2년 만에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2만~3만원 인상키로 합의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포스코와 함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현대제철도 곧 포스코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상이 이뤄진 것은 하염없이 오른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분기 세계 최대 브라질 발레의 광산댐 붕괴사고와 호주 태풍으로 공급차질이 발생한 철광석 가격은 올 초 대비 지금까지 30% 이상 급등했지만, 그동안 철강 제품 가격에 원자재 상승분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실제 철광석 일일 선물지수 IODEX(iron ore daily index) 기준으로 올 초 만해도 70달러 초반이었던 철광석 가격이 7월 말에는 12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내림세로 전환, 이후 지난 3일 기준으로 94달러다.
자동차 강판에 이어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 가능성도 보다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전히 조선업계는 “업황 화복이 더딘상황에서 가격이 톤당 1만원 인상될 경우, 500억~600억 원대 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로 가격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차강판 가격도 2년 만에 올리기로 한 상황에서 거의 1년 째 동결 중인 후판 가격을 더 이상 붙잡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 “이번 차 강판가 인상은 철강업계 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이 모두 어려운 가운데에도 이뤄진 것으로, 철강제품 제조원가가 너무 올랐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 같은 상황은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포스코, 현대제철의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이 됐던 철강 제품가 ‘동결’이 ‘인상’으로 돌아설 경우, 인상 분은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강판 가격이 톤당 2만~3만원 인상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최대 4000억 원 가량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연간 자동차강판 생산량은 각각 900만톤, 500만톤으로 두 회사는 각각 최대 2700억 원, 1500억 원의 영업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 여기에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까지 연내 성사가 되면, 양사의 영업이익 상승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새 각각 17.1%(4685억 원), 33.5%(2241억 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