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통공룡’이 멸종하지 않는 길

입력 2019-10-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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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이마트가 창사 이래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수혈하는 혁신에 나서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종 할인점 이마트는 국내 시장에서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유통공룡들과의 경쟁 끝에 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유통공룡으로 커진 이마트가 온라인쇼핑이라는 소비 패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멸종하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에 직면해 있었다. 그런 이마트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환골탈태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이마트를 필두로 한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고전은 예고돼 왔다. 미국 시장이 먼저 보여줬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몰고온 유통혁명에 미국의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세계 최대 기업인 월마트는 ‘아마존 정글’에 빠져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 경쟁에 밀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수십조 원씩 증발했다. 125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의 상징 시어즈는 결국 지난해 파산했다. 메이시스, 노드스트롬, JC페니 등 미국 고급 백화점들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며 언제 시어즈의 전철을 밟을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이마트는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쿠팡에 밀리다 급기야 올 2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돌파구를 찾는 절박한 이마트에 길을 보여준 것도 미국 시장이다. 아마존에 계속 밀리던 월마트가 다시 살아나서다. 월마트는 2016년 미국의 제트닷컴, 2017년 인도의 플립카트 등 전자상거래 업체 두 곳을 사들인 후 지난해부터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유통점과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온오프라인 시장을 두루 섭렵한 ‘옴니 채널’ 전략이 주효한 덕분으로 평가받는 만큼 이마트도 이 길을 가면 된다는 얘기다. 이마트도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혁신의 기치 아래 이번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마트가 무작정 월마트의 ‘부활의 길’을 따라갈 수 없는 걸림돌이 있다는 게 문제다. 국내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적용으로 신규 출점과 의무휴업일 등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의 경영난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규제가 만들어진 2010년대 초중반에는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 때문일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간은 이커머스의 팽창이 더 큰 원인이었음을 이미 모든 소비자들이 다 알고 있다.

오히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쇼핑을 하고 새벽배송까지 등장하며 유통시장의 헤게모니가 이커머스로 넘어가는데 이커머스만 규제 무풍지대에 있고 대형마트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열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매장에서 물건을 배달할 수 있는 ‘대형마트 휴일 온라인 배송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사실 월마트의 부활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깔려 있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 역량을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영업 규제의 문턱이 낮춰진다면 온라인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전 세계 소매시장에서 국가 간 국경은 물론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통한 직구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시대에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오프라인 유통업에만 구닥다리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쿠팡 같은 신흥 기업의 끊임없는 도전, 이에 자극받은 전통기업의 물러서지 않는 응전은 경제를 이끌어가는 수레바퀴다. 기업의 혁신은 소비자를 감동시켜 소비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경제 선순환을 가져온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마트의 혁신이 성공해 유통공룡이 멸종하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h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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