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성장세가 2%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나 있음직한 성장세로 좀처럼 보기 드믄 숫자라는 점에서 저성장 늪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 홍콩 등 곳곳에서 터져 나온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요인이 크지만, 민간 경제활력이 저조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2% 성장을 지켜낼 필요가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 강화와 경제 체질개선에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 역대 네 차례에 그친 2% 미만 성장, 재정이 관건 = 연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역사적으로 총 4번이 있다. 1956년 날씨에 따른 흉작으로 0.7%를, 1980년 제2차 석유파동으로 마이너스(-)1.7%를, 1998년 외환위기로 -5.5%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0.8%를 각각 기록했었다. 농림어업이 주 산업이었던 1956년을 제외하면 모두 글로벌 쇼크가 원인이 된 셈이다.
반면 올해 부진은 예년과 같은 눈에 띠는 위기가 없다는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2012년 2.4% 성장을 기록한 이래 우리 경제는 줄곧 2%대 후반내지 3%대 초반의 성장세에 그쳤다. 2010년대 초반 3.0~3.4%였던 잠재성장률 추정치도 2010년대 후반 2.7~2.8%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은 2.5~2.6%로 추정되고 있다.
당장은 2% 성장을 사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1%나 2.0%, 1.9%는 수치상 별 차이가 없다. 다만 1%대 숫자는 심리적으로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는 다시 소비와 투자를 줄여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거시정책엔 재정과 환율, 금리가 있다. 다만 환율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문제가, 금리인하는 부동산 및 자본유출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확대 재정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4분기(10~12월) 중 민간 경제가 살아나고 정부가 예산지출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달성 못할 수치는 아니라고 봤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올 2% 성장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불용집행을 줄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재정·통화 수장들도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2% 달성이) 쉽지 않다”면서도 “4분기 정부 재정노력을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성장률 2%는 가능하다.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려야 = 전문가들은 2% 성장률이라는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 체질 개선과 생산성확대를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지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 지속 등으로 인한 수출 경기 악화에 대비해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실장도 “2%대 중반에 와 있는 잠재성장률을 얼마나 더 끌고 갈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쪽에 개선여지가 많다. 규제에 대한 생각도 이것만 된다는 식의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이것 말고는 다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재고와 함께 수출기업을 독려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정식 교수는 “최저임금은 속도조절이 가능하나 근로시간 단축은 되돌리기 어렵다. 내수부문에 두고두고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내수부분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수출기업을 독려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