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AI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과 중국이 확실한 선두를 차지하고, 일본·독일 등 유럽세가 뒤따르고 , 한국은 한참 떨어진 3위 그룹에 머물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수그러들고 오로지 AI만이 회자되고 있는 모습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것이 AI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AI는 제4차 산업혁명의 총화(總和)로 인식되고 있다. AI 경쟁력은 기업·산업·국가경쟁력의 지표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기를 쓰고 싸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와 안보가 융합되어 기술패권(테크노 헤게모니) 전쟁을 벌이는 대국들의 치열한 싸움이 연일 뉴스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장에서부터 유엔기후변화회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이르기까지 AI 뉴스의 발원지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점으로 중국의 중관춘(中關村)과 선전(深圳) 등으로 AI 열기는 세계의 테크노밸리를 휩쓸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제임스 몰릭 응용과학대학장은 며칠 전 광주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AI 클러스터 포럼’에서 “AI는 메인스트림(주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에너지·환경관리, 헬스케어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AI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경제, 고용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주류(主流)론은 이런 실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 최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아워크라우드의 존 메드베드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빛나는 알고리즘 이상의 것이 되었다”며 “AI는 스프린트(육상)가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 국가전략이 곧 발표된다. 범부처적으로 예산과 추진 거버넌스, 기술 로드맵, 국가 경쟁력 그리고 미래 사회의 모습까지 총망라한다고 한다. 국력(國力)의 결집이다.
A I국가 전략이 발표되는 지금이야말로 반성과 함께 전략 실행을 위한 추동력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왜 3위 그룹에서 허덕이고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답보하게 만들었는가. AI를 말로만 떠들었지 진정성과 지속성을 갖지 못한 건 아닌지, 내 분야만 중요하고 다른 분야는 모르겠다고 영역 이기주의에 빠진 건 아닌지, 산학관연이 오로지 예산 따내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있는 건 아닌지를 전반적으로 평가해보는 ‘AI환경 종합신체검사’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러면서 AI 전략 추진의 기폭제를 찾아야 한다. 광주와 판교가 손을 잡고 AI 클러스터 허브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들이 구상하는 ‘AI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화와 로컬화)’ 개념이 독특하다. 국제 경쟁력을 가진 AI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AI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AI 국가 전략의 추진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범부처적인 사업이 백화점식 나열과 무책임으로 실패한 사례를 무수히 봐왔다. 또한 정권의 임기에 맞추느라 급조하거나 인기 영합적인 단기사업에 치중해 중도 하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AI 국가 전략은 한국의 실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어떤 전략보다도 상위에 두어야 한다. 과학기술 강국, IT강국, 제조업 대국 등의 수식어에 걸맞은 AI 국가 전략으로 계속 수정 보완해나가면서 ‘21세기 세번째 10년’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