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순위 6위의 포스코건설이 서울 제기동에 테마쇼핑몰 준공 과정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임의로 설계를 변경해 분양자들로 부터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서울 제기동 약령시를 현대식으로 탈바꿈한다는 명분아래 한방전문 테마쇼핑몰인'한방천하'를 책임준공공한다는 광고를 냈다.
한방천하는 지하 6층,지상 18층 건물로 지하 2층~8층과 18층에 665개 점포가 들어서고 9층부터 17층까지는 오피스텔 198개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준공된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오픈조차 하지 못한 채 흉물스러운 모습만 덩그러니 서 있다.
대형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한다는 분양 광고를 믿고 상가에 투자한 분양자들중 44명이 현재 시행사를 상대로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사대금을 못 받은 포스코건설도 시행사인 페어메이트(구 중천산업개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중이다.
그러나 시행사인 페어메이트는 사실상 부도상태에 몰려 있어 분양자들은 승소를 한다 해도 자금 회수가 난감한 상황이라며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더욱이 포스코건설은 시행사로 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분양자들의 투자한 잔금까지 제3채무자라는 명분으로 압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투자자 포스코건설 책임준공 믿었다
한방천하와 관련 2002년 11월부터 신문지상에 대대적인 분양광고가 게재됐다.
일반 시공과는 달리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을 맡은 이상 시행사와 시공사간 합의후 광고를 하게 돼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는 출발하고 있다. 분양자들은 포스코건설의 이름을 믿고 투자했고,그 결과는 막중한 재산 피해를 입게 됐다는 주장이다.
분양자 김모씨는 "자신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당시 신문광고에 '포스코건설'을 믿고 한방천하에 투자 하십시오'나 '포스코건설의 책임준공, 또 하나의 성공 야심작'이라는 문구를 믿고 청약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특히 4000만~5000만원 투자시 월 140~160만원 수익예상에 창업대출 20%, 무이자 융자 30~50%라는 조건으로 파격분양에 나선다는 광고를 고심 끝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투자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2002년 12월 신문 광고에는 '지하 2층 사우나 마감', '1층 마감', '4층 마감', '18층 스카이라운지 마감'이라는 문구가 게재됐다. 또 그 이후에도 '지하 1층 마감임박' , 3층 마감 임박' '8층 마감 임박'이라는 광고도 게재됐다.
하지만 분양실적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자 전모씨는 "상가의 중요 집객시설로는 고급레스토랑, 대형마트, 영화관, 사우나 등을 들 수 있는데 사우나, 스카이라운지는 마감이 훨씬 못 미친 상태였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층 역시 계약이 제대로 안된 상태였던 만큼 당시 광고는 명백한 허위과장광고였다는게 전 씨를 포함한 분양자들의 주장이다. 대출도 30%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청약을 할 때는 적은 비용으로 될 줄 알았지만 시행사는 이후 말을 바꿔 정부 규제로 대출을 할 수 없다고 했고 결국 투자하라는 비용보다 2배나 더 들어 갔음에도 해결을 할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전모씨는 "이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집을 팔아치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약 10억원 가량을 쏟아 부은 한 투자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암까지 발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부당한 광고로 인정해 시행사인 페어메이트를 대상으로 '경고'조치했다.
공정위 소비자과 관계자는 "한방천하 광고는 성황리에 분양되고 있고 소액자금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어 부당 광고행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을 맡은 이상 이러한 시행사의 광고 행위에 책임이 크다는 게 분양자들의 주장이다.
본지는 당시 포스코건설과 시행사인 페어메이트(구 중천산업개발)과의 계약서를 입수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우선 포스코건설은 정한 공기내 분양률 및 공사비 지급과 상관없이 건축물을 책임준공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서 11조 상에는 분양과 관련 광고, 방법, 가격, 시기 등을 포함한 제반 업무는 시행사가 수행하되 사전에 포스코건설의 검토 승인후 시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분양금액이 늘어날 때에도 포스코건설의 사전 승인후 조정하기로 명문화 돼 있다.
분양자 정모씨는 "이처럼 포스코건설은 책임준공사로써의 책임이 명백함에도 이를 회피하고 있다"며 "실제보다 준공이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시공사, 시행사가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계약서 10조4항에는 이 사업의 건축설계, 상가구조, 배치, 설비사양, 내외장 마감수준 및 세부디자인은 시행사가 수행하되 사전에 포스코건설이 검토 승인후 결정하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분양자들에 따르면 시행사와 포스코건설은 그후 수차례 설계를 변경했지만 이를 분양자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설계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상 약관관련 규정에 따르면 설계 변경이 있을 때에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알림과 함께 동의도 얻어내야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 시공대금 못 받자 분양자 잔금까지 압류
포스코건설은 사실상 부도상태인 시행사로 부터 대금회수가 어렵게 되자 이번에는 분양자들이 납부한 잔금까지 가압류해 분양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방천하는 당초 총분양금 1135억원, 수분양자 분양대금 600억원, 계약구좌 436개, 이중 등기이전 구좌가 316개, 미등기 구좌가 120개였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인 페어메이트로 부터 공사비로 390억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포스코건설은 시행사인 페어메이트를 상대로 총 277억3466만1580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건설은 이 과정에서 분양자들을 제 3채무자로 간주해 이들의 잔금까지 가압류해 버렸다.
즉, 포스코건설은 올 3월 17일 한방천하 분양자중 미등기자 120여명 가운데 94명, 46억5000여만원에 대해 공사대금 청구채권 확보 명목으로 압류한 상황이다.
또한 분양자들에 따르면 신탁원부상에는 포스코건설의 수익 한도가 836억원으로 돼 있다. 페어메이트가 낸 자료에는 미분양 물건이 약 600억원 가량인데 이것을 포스코건설이 대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건물내 오피스텔을 동대문구청 당시 신고가에 20% 디스카운트해서 처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대문 구청 관계자는 "신고대로라면 포스코건설이 대물로 가져간 것은 400억원을 상회한다. 법적으로 신고가액으로 가져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할인은 주는 사람의 뜻이겠지만 포스코건설의 판매 행위는 상관행상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분양자 김모씨는 "그간 분양자들이 낸 계약금 및 중도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분양자들의 잔금까지 압류하는 대형건설사인 포스코건설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분양자들이 줄곧 이번 사안에 대해 포스코건설 한수양 사장 앞으로 수십차례 탄원서도 제출했지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공사대금 회수 차원이다
한편 포스코건설측은 책임준공사로서의 분양광고 상의 문제 제기와 설계변경건과 관련해 "아는 바 없으며 구체적으로 파악해 본 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등기 분양자들에 대한 잔금 압류건에 대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시행사를 상대로 대금 청구소송을 거는 과정에서 채권확보 차원에서 압류한 것이다"며 "잔금이 압류됐다고 분양자들이 제약받는 부분은 없고 압류한 잔금으로 공사대금을 충당하려는 의도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피스텔 할인 매각과 관련해서는 "공사대금건과 관련 처리차원에서 싼값으로 팔아 빨리 현금화를 위해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격인 상가 특히 테마 쇼핑몰의 경우 극심한 경기 침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방천하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