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반도체 불황과 일본 수출규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등이 겹쳐 쉰 살 생일상은 조촐하게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1일 본사가 있는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임직원들이 참석하는 50회 창립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기념식도 장기근속 직원 시상과 사회공헌 활동 등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09년 열린 40주년 기념식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2020’을 선포했지만, 올해 기념식에선 비전 발표는 없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했지만, ‘삼성 반도체 신화’가 시작된 삼성반도체통신 합병일인 1988년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바꿨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설립한 삼성전자공업은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 원으로 첫해 매출은 3700만 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 매출액은 243조7000억 원으로 첫 수출 이후 외형은 13만 배로 성장했다.
본사 기준 임직원 수는 첫해 36명에서 1980년 9367명, 1990년 4만3455명, 2000년 6만1035명, 2008년 8만4462명, 2018년 10만3011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 국내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가치는 2000년 52억 달러(43위)에서 2010년 195억 달러(19위), 올해 611억 달러(6위)로 수직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장의 기반에는 크게 오너 경영인의 두 선언이 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1983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발표한 ‘도쿄 선언’을 계기로 반도체 부문은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1986년 이병철 선대회장은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서두르라고 지시했으며 3년 뒤 D램 시장의 대호황으로 과감한 선제 투자가 빛을 발했다.
이 선언 이듬해인 1994년 첫 휴대전화로 ‘국민 휴대폰’을 탄생시켜 ‘애니콜 신화’를 썼고, 스마트폰 갤럭시 성공의 기반이 됐다.
반도체 역시 1989년까지는 D램 시장에서 일본 도시바와 NEC,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 이어 4위에 머물렀지만,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하고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세계 1등 제품은 현재 D램, 낸드, TV, 스마트폰, 냉장고 등 12개 분야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다음 50년의 동력을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등 ‘미래’에서 찾고 있다. 김기남 대표는 “지난 50년 동안은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났다면 이제 다가올 50년에 초일류·초격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책임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본격화한 이재용 부회장 체제 이래 삼성전자의 손꼽힐 만한 변화로는 사회적 책임 강화를 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13조1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4월 30일에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133조 원 투자, 1만5000여 명 채용,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와의 상생협력을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공식 선포했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3년간 180조 원 투자하고, 4만 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성과는 계승하고 그늘에 쌓여있던 과제는 넘어서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