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증시에서 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RA)가 약세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미래 먹거리가 필요한 금융투자 업계도 관련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로보어드바이저펀드 10개(설정액 10억 원 이상)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8.4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1.93%인 점을 감안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6.52% 포인트 초과 수익을 낸 셈이다.
상품별로 ‘하이ROKI1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H(혼합-재간접형)C-F’가 17.5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주식-재간접형)C-W’는 13.77%, ‘키움쿼터백글로벌EMP로보어드바이저(주식혼잡-재간접형)C-W’는 11.40%, ‘NH-Amundi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채권혼합-재간접형)C-W’는 9.15% 수익률을 올리며 그 뒤를 이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를 합친 용어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로 자산 운용ㆍ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칭한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를 활성화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5월 시행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비대면 투자일임업을 할 때 필요한 자기자본을 4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낮췄다. 또 자산운용사가 아닌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펀드ㆍ일임재산을 위탁받아 운용할 수 있게 했다.
코스콤에 따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자산의 규모는 올해 2조 원에서 2023년 25조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금융투자 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펀드 상품을 출시하려면 코스콤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설립 3년째인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시행 초기에 심사를 통과한 알고리즘이 16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4개로 늘었다.
대형 증권사들도 성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분야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개발사 ‘콴텍’과 제8차 코스콤 테스트베드센터 알고리즘 심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리즘 총 4개로 심사는 내년 5월 초까지 진행되며 이후 1년 이상 알고리즘 대표 계좌의 운용 성과를 공시하면 비대면 일임계약이 가능해진다. KB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줄 수 있도록 4월 플랫폼을 출시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산운용사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 자사의 비대면 투자일임 서비스앱 ‘핀트’에 고객이 직접 입출금 이체를 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업자에 등록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위력이 올해 약세장에서 돋보이면서 고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점이 로보어드바이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