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75억 달러에 육박하며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등 수출부진에 상품수지 흑자폭 축소가 계속됐지만, 일본불매운동(노재팬·NOJAPAN)으로 일본 방문객이 줄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해외 배당수입 증가로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5개월째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올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590억 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는 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7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93억5000만 달러 흑자 이후 최고치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110억1000만 달러 흑자에 비해서는 32.1% 감소한 것이다.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8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130억1000만 달러) 대비 32.1% 축소됐다. 수출은 46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513억2000만 달러)보다 10.3% 줄었고, 상품수입은 371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383억1000만 달러) 대비 3.0%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수출은 10개월째, 수입은 5개월째 줄어든 것이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한 447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31.6%), 석유제품(-18.2%)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으나, 정보통신기기(39.2%), 선박(31.0%) 등은 증가했다.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5.6% 줄어든 387억4000만 달러를 보였다. 원자재(-13.9%)와 자본재(-0.1%)는 감소한 반면, 소비재(12.4%)는 늘었다.
수출은 중국 등 세계경기 둔화 우려와 반도체 및 석유류 단가 하락이, 수입은 가전 및 승용차 등 소비재 증가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자재 위주로 감소한 것이 각각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2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24억7000만 달러)보다 1.4% 늘었다. 이는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개선된 반면 운송 및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가 악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운송수지는 전년 동월 6000만 달러 흑자에서 3억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통관수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화물운송수입이 감소한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도 전년 동월 4억3000만 달러에서 6억6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반면 여행수지 적자폭은 7억8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올 4월 6억8000만 달러 적자 이래 적자폭이 가장 적은 것이다. 중국인(유커) 입국자수가 전년 동월 대비 24.6% 증가하면서 여행수입이 17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2014년 10월(17억5000만 달러)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일본행 출국자수가 58.1% 급감하면서 여행지급이 25억1000만 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는 배당수입 증가 등으로 전년 동월 9억7000만 달러에서 14억 달러로 확대됐다. 이는 5월 11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래 5개월째 흑자행진이다. 다만 7월 30억 달러 흑자 이후 흑자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계정은 61억4000만 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특히 증권투자의 경우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6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5억6000만 달러 감소 이후 처음이다.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주식투자가 감소한 데다, 대기업들의 해외발행 채권(KP물)이 줄고 만기가 도래하면서 채권투자 증가폭도 줄었기 때문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품수지가 줄어드는 반면, 본원소득 등이 받쳐주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유지되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며 “9월 상품수지는 상대적으로 나아졌다. 10월 수출입통관도 괜찮다는 점에서 10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9월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올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590억 달러는 달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