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폐암 신약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로노이, 파로스아이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이 폐암을 적응증으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1~2상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시장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MSD의 ‘키트루다’ 등이 대표적인 폐암 치료 옵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로노이는 이달 25~3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참석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VRN11’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부터 한국과 대만에서 1a상 용량증량 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동물시험에서 100% 이상의 뇌·혈관장벽 투과율(BBB)을 보여 뇌전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앞서 보로노이는 기술수출로 폐암 분야 연구개발(R&D) 역량을 입증했다. 2020년 10월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 EGFR Exon20 인서션 저해제(VRN07)를 미국 바이오기업 오릭파마슈티컬스에 계약 규모 6억2100만 달러(약 9098억 원)에 기술이전했다. 오릭파마슈티컬스가 중국·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하고 VRN07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해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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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스아이바이오는 지난달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PHI-501’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이달에는 AACR에 참석해 PHI-501의 난치성 폐암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PHI-501은 여러 종류의 KRAS 변이 폐암 세포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암젠의 항암제 ‘루마크라스’에 반응하지 않은 KRAS G12V, G12S, Q61H 변이 폐암에서도 우수한 암 세포 및 종양 성장 억제 효능을 보였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인공지능(AI) 신약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의 질환 타깃 예측 모듈 딥리콤(DeepRECOM)을 활용해 난치성 대장암, 악성흑색종, 삼중 음성 유방암 등 여러 난치성 고형암으로 PHI-501의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PHI-501은 최근까지 진행된 전임상 연구에서 기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악성흑색종과 난치성 대장암에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EGFR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BBT-207’의 1/2상을 진행 중이다. 투약 용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 중이다. 앞서 2월 제5차 안전성 모니터링위원회(SMC) 회의를 열어 1상 다섯 번째 용량군의 환자 투약 데이터 검토를 마쳤다. 약물 관련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고, 누적 3건의 부분관해(PR)와 다수의 안정병변(SD) 사례가 확인됐다.
현재 BBT-207 임상은 2023년 10월부터 국내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미국 임상도 추진해 다인종 대상 자료를 확보,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많고 사망률이 높아 항암제 중 가장 거대한 시장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약 1800만 명이 폐암을 진단받아, 발생률은 100만 명당 39.3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기업들의 신약개발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전체 항암제 시장의 18%인 348억 달러(약 50조9854억 원)로 추산됐다. 폐암 치료제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9%로, 2028년 582억 달러(약 85조2688억 원)를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