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가가 사상 최고치까지 불과 1%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관세 난타전’을 벌여온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심각한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를 리세션(경기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후퇴하면서 금과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던 자금이 어느새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 배경에는 초저금리가 시장과 실물 경제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 들어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다우지수를 비롯한 브라질 등 신흥국 일부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만 증시도 29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878엔(약 9293원)만 더 오르면 2018년에 기록한 27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한다. 최근 코스피도 2140대를 회복하면서 내년에는 2300 이상, 최고 2500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움직임보다 6개월 정도 앞선 상태를 예상해 반영한다. 현재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의 주가 상승은 내달 미·중 무역 합의와 세계 경기 둔화가 완화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강한 믿음이 확산하고 있는 방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 운용사 핌코의 앤드류 볼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낙관론의 기저에는 금융 완화에 따른 초저금리와 각국의 재정지출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회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금융시장에 반영된 경기 침체 확률은 10월 말에 29%로 8월 말의 38%에서 하락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금융 완화의 도움으로 경기 침체가 후퇴해 큰 변동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지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8일에 12.07로 전날보다 5.18% 급락했다. 변동성이 잦아들면 투자자들은 주식 등 위험 자산을 사는 경향이 강해진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은 지난 7일 온스당 1466.40달러로 전날보다 30달러 가까이 떨어졌고, 미 국채 가격도 하락했다. 이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0bp 상승했다(가격과 반대). 전 세계의 마이너스(-) 금리 채권 잔고는 약 12조5000억 달러로 감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시가 다시 강세를 보이긴 해도 경기 전망을 예단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중국에 대한 관세 철폐 합의를 부인하면서 내달 미·중이 무역합의서에 서명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또 일본과 유럽에선 아직도 상당한 규모의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커시머 글로벌 채권 운용 부문 CIO는 “경기 둔화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이후 장기적으로 정체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아문디자산운용의 캐스퍼 엘름그린 주식 운용 책임자는 “금융완화만으로 낙관해선 안 된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