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위반 관련 벌칙 수준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계는 높은 벌칙 수준이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위반 관련 벌칙이 30-50클럽 국가(1인당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이 없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벌금을 부과하면서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위반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노사제도가 유사한 일본은 징역 6개월 이하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벌칙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과 징역형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일감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로 최대 단위기간이 52주라서 사업주가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우리나라 보다 낮은 상황이다.
한경연은 “최저임금을 위반했을 때의 징역형은 30-50클럽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에만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정책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위반 관련 벌칙이 선진국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근로시간 한도 위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근로시간 유연화, 근로문화 개선 등을 통해 제도를 준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인력, 장비, 기술 등 기업 자원의 운용 폭이 제한돼 근로시간 한도를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에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2020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법·제도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전반에 근로시간 위반 관련 불안감이 팽배해져 있다.
한경연은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유연화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일감이 몰릴 때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위반에 따른 벌칙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강해 사업주의 부재에 따른 투자 의사결정 지연 등 기업경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30-50클럽 소속 선진국에는 일감이 몰릴 경우에도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유연근로시간제도가 잘 정비돼 있다고 지적했다.
탄력근로 최대단위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최대 단위기간이 1년 수준인 탄력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은 최대 단위기간이 26주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우선 우리나라도 일감이 몰릴 경우 사업주가 불가피하게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며 “30-50클럽 소속 국가들의 벌칙을 참고해서 근로시간 위반 관련 벌칙을 벌금형 위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징역형을 유지하더라도 상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