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보급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관련 사업을 시행하기에 앞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스템 표준화 등 ‘수준 높은 스마트화’를 위한 선행교육을 실시하고, 스마트화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기업 수요에 맞는 재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발표한 ‘공장의 스마트화를 위한 스마트한 정책방안(김민호·정성훈 연구위원, 이창근 연세대 교수)’ 보고서에서 정부의 최근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이 2000년대 초 ‘중소기업 정보기술(IT)화 지원사업’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3만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라는 소프트웨어 도입을 지원했지만, 현장의 활용은 저조했다. 2017년에도 공장 대부분의 시스템 통합과 데이터 공유·활용이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공장 보급사업도 기업들의 인식과 준비수준 측면에선 2000년대 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김 연구위원은 스마트공장에 대해 “모든 공정과 생산품, 그리고 생산요소들이 디지털화하고 서로 네트워킹하는 공장”이라고 정의했다. 독일 주방가구 제조사인 노빌리아, 일본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가 공장 스마트화의 모범사례다. 두 기업에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해 작업자들에게 공유되고, 의사결정 과정에도 반영된다.
이런 측면에서 공장 스마트화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 배치·라인·연속 등 모든 공정형태에서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 품목은 배치·라인공정에서 늘고, 불량률은 라인공정에서 유의하게 줄었다. 1000개 공장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 하위 10%(0.22) 공장들이 중간값(0.36)까지 스마트화 수준을 높이면 생산성은 9.1%포인트(P)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단 스마트화가 단순히 생산공정 자동화에 그치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표본 기업들에 계획에 따른 고용수요를 물은 결과, 자동화 수준 향상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생산직, 공정관리 기술직, 사무직 등 모든 직종에서 수요 감소를 예측했다. 생산공정 수준 향상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생산직과 사무직 수요가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사적 스마트화인 부문 간 연결성 강화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스마트화에 따른 고용수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스마트화라고 해도 그 수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스마트화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기술도입과 인사관리, 경영자의 관심, 전담인력·부서 존재 등이 있다. 이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스마트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화 추진은 과거 ‘중소기업 IT화’의 반복이 될 우려가 있다.
KDI는 공장의 수준 높은 스마트화를 위해 ‘스마트화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업들의 선행학습이 필요하고, 정부 지원체계도 함께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조언해다. 또 스마트화에 따른 고용수요 감소에 대응해 기업에 맞는 재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단순히 개별 공장의 스마트화를 넘어서 전체 제조업 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 주도형 거버넌스에서 벗어나서 민·관·학 협의체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전략을 개발하고 주도하는 네트워크 중심, 플랫폼 방식의 거버넌스로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