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내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침 시행을 앞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침에 따라 내년 1월 정기세일부터 백화점이 입점업체와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경우 비용을 절반 이상 부담할 수 있어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매입거래 부당성 심사지침(이하 특약매입 지침)을 제정하고 내년 1월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정기세일부터 새 지침이 적용된다.
새 지침은 백화점은 세일 등 가격할인 행사를 할 때 가격할인분도 대규모유통업법상 '판촉비'로 보고 판촉비 절반 이상을 백화점이 부담하게 했다. 가령 정상가 10만원 제품을 20% 할인해 판매할 때 할인액의 50%인 1만 원을 백화점이 납품업체에 주는 식이다. 이는 백화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입점업체가 스스로 할인행사 시행 여부나 내용을 결정했다면 '자발성' 원칙이 인정돼 백화점은 비용을 조금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백화점들은 비용 부담 증가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자발성' 인정을 놓고 공정위 지침에 업계 입장이 일부 반영되긴 했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새 지침은 백화점이 사전에 세일을 기획ㆍ고지했다는 점만으로 무조건 '자발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백화점이 세일을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입점업체에 이를 제시해 참여를 요청한 경우엔 자발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시했다.
또 단순히 입점업체가 공문으로 백화점에 세일을 먼저 요청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자발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백화점이 간접적인 압력을 통해 사실상 '강제세일'을 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 지침대로라면 입점업체의 세일 참여율이 높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정기세일은 시즌 막바지에 사실상 업체의 재고소진 측면이 강하다"라면서 "공정위에서 높은 잣대를 들이대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 세일을 할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 나올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입점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