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국금노는 최근 이 전 한국자금중개 사장이 받고 있는 여러 의혹들과 관련해 고발장을 작성했다. 해당 고발장에는 이 전 사장이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과 사내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전국금노는 이 전 사장이 금융위 출신인 만큼 금융위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노 고발장은 받아둔 상태이지만 이 전 사장과 관련해 금융위가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나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면서 “금융위의 도의적 책임이 필요하다면 관련 부분은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월 한국자금중개 내에서는 한 부서장이 여성 근로자들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은 이 사건 관련 형사고발 등의 수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가해자에게 공식적인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당시 가해자는 성과급까지 받으며 조용히 회사를 떠난 반면 피해 여성 근로자들은 “피해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야 했다.
이 전 사장은 법인카드로 7000만 원어치의 와인을 구매하는 등 사적 용도로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의 자금중개가 기획재정부 퇴직 관료들의 ‘밥그릇’으로 전락한 데다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허권 전국금노 위원장은 “이 전 사장은 사내 성추행 사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으나, 8월 임기가 끝나자마자 도망가듯 책임을 회피했다”고 했다. 이어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경영을 책임지는 것이 사장의 역할인데, 임기가 끝나자마자 출근하지 않아 4개월째 경영공백 사태가 벌어졌다”며 “심지어 출근하지 않으면서 회사 골프회원권을 사용하는 등 규정에도 없는 복지 혜택까지 챙겼다. 낙하산 인사의 적폐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고발하려는 내용들은 억울한 측면이 있고, 법적으로 조사하면 정확한 내용이 드러날 것”이라며 “현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고발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한국자금중개 사장으로 내정된 이승철 전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이 전 사장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한국자금중개 노조가 이 전 사장 임기 당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출근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보는 본지기자와의 통화에서 “비공식적으로 노조를 만났을 때 관련 사항에 대해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방 해결될 문제들은 아니고 취임 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