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내년부터 대ㆍ중소기업 간 갈등이 심한 업종에 대해 자문위원회를 운영해 사회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9일 동반위는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송년 간담회를 열고 올해 주요 활동과 내년 추진 사업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동반위는 자문회원회를 연 4회 열어 신규 갈등 업종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필요시에는 조정협의체를 구성, 운영해 당사자 간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타다 갈등’으로 대표되는 신산업과 기존산업 간 충돌에 관해서 동반위가 목소리를 낼 여지도 생긴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며 “갈등 해소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칫 오히려 갈등을 확산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다 갈등’만 해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제대로 된 전문 인력이 없는 동반위가 권한도 없이 어설프게 건드리면 갈등이 확산할 것으로 생각돼 조심스럽다”며 “다만 전혀 생각을 안 해 본 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동반위는 정부 위원 없이 민간으로만 구성됐다. 권 위원장이 “권한이 없다”고 말한 이유다. 이에 동반위를 정부 기구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권 위원장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처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정부도 참여하게 되면 자율성이 떨어진다”며 “권한이 없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면 추진력이 약하다는 의미지만, ‘민간’의 타이틀을 벗고 자율성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인지 아직은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동반위는 내년 중점 추진 사업으로 △금융기관 동반성장 참여 △이업종 교류를 위한 동반성장 추진 △동반성장 제품 인증 제도 운영을 제시했다. 금융기관의 동반성장 참여는 신한은행과 같은 사례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포스코건설, 한국수력원자력과 손잡고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포스코건설, 한수원의 협력기업을 신한은행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권 위원장은 “이같은 노력을 확산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줄 방법을 은행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일자리 박람회도 동반위와 금융기관이 함께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동반성장인증 제도와 연계해 동반성장 인증을 받은 기업이 금융기관에 지원을 요청할 때 금리 우대와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업종 교류 활성화에 관해 권 위원장은 “예컨대 전자 산업 대기업이 자동차, 화학 산업에도 납품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업종 교류가 활성화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동반위는 온라인 플램폼에 ‘이업종 온라인 교류회’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동반성장인증제는 대기업이 협력사와 동반성장ㆍ공정거래를 준수해 제품을 개발할 때 해당 제품에 ‘동반성장인증 마크’를 부착하는 것을 뜻한다. 동반위는 CJ제일제당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즐거운 동행’을 일례로 들었다. ‘즐거운 동행’은 지역 중소기업과 공동 R&D, 마케팅을 지원해 공동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상생 활동이다. 권 위원장은 “일단 식품 산업 쪽에서 부분적으로 ‘동반성장인증 마크’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마크가 붙으면 사람들이 한 번 더 의문을 갖고 보게 될 것이고, 동반 성장 문화 확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권 위원장은 그간의 성과 중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을 가장 강조했다. 현재까지 임금 격차 해소 운동에 참여한 기업은 총 44개로 협약 누적 금액은 10조7104억 원에 이른다. 권 위원장은 “취임 뒤 ‘임금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내걸었는데, 취임 전과 현재 임금 격차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나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동반위는 59차 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동반위 업무계획 및 운영규정 개정 등을 심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