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 ESS 화재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관련기업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8월 말 발생한 예산군 태양광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건에 대해 '원인불명' 수준의 결론을 냈다. 예산군 화재는 앞서 정부가 ESS 화재 대책을 낸 이후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이후 발생한 4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원인을 특정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13일 배터리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국과수는 최근 예산군 ESS 화재 감식 결과를 예산 경찰청에 제출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앞선 화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배터리 자체가 전소돼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발화 추정' 수준에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소방당국의 현장 감식한 것과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예산군 경찰청은 국과수 자료를 토대로 이 사건을 내사종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방화, 실화 혐의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이 결과를 2차 ESS화재조사위원회에 넘겼다. 2차 조사위는 1차 조사위 발표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예산군 화재는 6월 민관합동 ESS화재조사위가 화재 원인과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발생했다.
예산군 광시면 미곡리 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ESS에서 불이나 ESS 2기 중 1기가 전소됐고, 또 다른 1기도 불에 탄 사건이다. 이 시설에는 LG화학이 생산한 배터리가 쓰였다.
국과수는 나머지 4건에 대해서도 증거를 수집, 조사하고 있지만, 원인을 특징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과수는 1차 조사위에 앞서 발생한 23건의 ESS 화재 중 절반가량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건들에 대해서도 특정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원인불명', '미확인' 등으로 결론 내렸다.
2차 조사위도 1차 조사위 때와 같이 특정 원인을 밝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개별적 화재들에 대한 특정한 결함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국과수의 역할"이라고 잘라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가동률을 70%로 낮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발화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언 발의 오줌 누기'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가동률을 줄여달라고 요청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피해는 배터리 생산업체가 보전해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라면 ESS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2017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총 2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중에는 LG화학 배터리가 가장 많이 쓰였다.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도 그 다음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