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얼어붙게 만든 미ㆍ중 무역분쟁이 최근 해빙 무드로 돌아섰다. 이에 대표적인 경기순환 업종인 철강업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시가총액 순위 10위로 밀려난 ‘철강 대장주’ 포스코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딛고 기지개를 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는 전 거래일보다 0.21% 내려간 24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 12일, 13일 각각 1.95%, 3.18% 올랐지만 이날 차익 시현에 따른 매물 출회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철강업종은 미ㆍ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큰 타격을 입었다. 철강 수요는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기 전망을 토대로 생산을 늘려갈 때 동반 상승한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가전, 건설 등 산업에서 기초 원자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미국이 중국에 첫 관세 부과에 나선 지난해 6월 15일 국내 상장사 중 시가총액 순위 5위(약 31조8232억 원)에 해당했다. 코스피 총 시가총액에서의 비중은 1.68%였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9월 30만 원 선이 깨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기준 시가총액(21조1428억 원)은 지난해 6월 15일 대비 33.6%(10조6804억 원) 하락한 상태로 시총 순위도 10위로 밀려났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9%로 같은 기간 0.29%포인트 줄어들었다.
특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 철강 수요는 줄이고 공급은 늘린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올해 1~9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7억4671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8.0% 늘었다. 이 가운데 무역전쟁의 영향과 경기 부진으로 철강 소비 증가는 제한적이어서 부담스러운 수급 환경이 조성됐다. 결국 포스코는 내다팔 철강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 이익 개선에 난항을 겪었고 이것이 주가에도 반영됐다.
하지만 13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ㆍ중 무역합의는 철강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지연 중이던 투자 집행과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에 따라 수요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포스코 주가가 1997년 외환위기 이래 가장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반등 기대감을 키운다. PBR는 주가가 순자산(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낮을수록 기업의 자산가치가 증시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4배로 1997년의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며 “주가가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