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만 제외하고 색깔 들어가는 강판은 다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자와 만난 동국제강 관계자는 자사 컬러강판에 대해 자신감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동국제강은 TV, 냉장고, 엘리베이터, 벽재 등 철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컬러강판 기술력을 구현해 강판 위에 색을 입혀 수놓는 작업까지 마무리하는 세계 최고 규모의 컬러강판 생산공장이다. 1972년 컬러강판을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000만 톤을 생산했으며 연간 생산량은 75만 톤에 달한다.
지난 16일 부산역에서 차로 20분 거리 떨어진 남구 감만1동에 있는 동국제강 부산공장을 방문했다. 공장 정문에 내리자 박물관으로 보이는 1층짜리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내·외관 모두 동국제강이 만든 컬러강판으로 제작된 건물이었다.
경비동이었는데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설계도를 토대로 만든 그야말로 ‘예술 작품’에 가까웠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에 대한 자부심을 손님을 맞는 정문 경비동에서부터 드러내고 있었다.
정문을 지나 쇼룸으로 이동하자 다양한 종류의 컬러강판 샘플들이 모여있었다. 동국제강이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컬러강판부터 최근 혁신 기술로 만든 잉크젯 프린팅 강판까지 쇼룸에 전시된 컬러강판들을 보며 동국제강의 역사를 그릴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을 시작하는 라인에 들어섰다. 염산 세척과 두께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는 PLTCM(산세압연공정)에 처음 진입하자 열연 코일이 공장 천장에 닿을 듯 쌓여 있었다. 3600여 개. 무게로는 7만 톤에 달한다.
변재환 품질관리팀 팀장은 산더미처럼 쌓인 코일을 보며 코일아파트라고 불렀다. 변 팀장은 “이 코일들도 보름이면 모두 처리하는 양”이라며 “3~5분에 하나씩 도금을 위한 반제품으로 변신한다”고 설명했다.
라인 속도가 최대 시속 100㎞로 빠르고 오차 없이 생산해 수출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국제강 컬러강판은 인도처럼 꽃무늬를 좋아하는 시장에 어울리죠”=연속용융아연도금(5CGL) 단계를 지나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5CCL(연속컬러도장라인)로 발을 옮겼다.
동국제강은 전 세계 컬러강판 공장 중 단일공장 최대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4개의 건재용 라인과 4개의 가전용 라인에서 쉴 새 없이 컬러강판이 쏟아져 나온다. 연간 생산량만 무려 75만 톤에 이른다.
동국제강 컬러강판의 가장 큰 특징은 4개의 색상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기업(2~3개)보다 입힐 수 있는 색이 많아 해외 고객사에서도 다양한 색깔 주문이 가능하다.
특히 인도 시장은 꽃무늬가 디자인된 냉장고 도어를 선호해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이 더 주목받고 있다. 변 팀장은 “인도처럼 꽃무늬를 좋아하는 시장의 경우 꽃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등 고객사들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수출 경쟁력 중 하나로 ‘디자인’을 꼽는다. 동국제강은 철강업계 최초로 디자인팀을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5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가전사들과의 협업으로 디자인을 완성하거나 선행 디자인을 준비해 글로벌 가전사 프로모션에 참가해 채택 받기도 한다.
세계시장별 트렌드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인도처럼 고유한 문화와 민족성이 뚜렷한 시장 공략을 위해 한때 인도인 디자이너가 국내 본사에 근무하기도 했으며, 인도에 있는 코일센터에는 디자인을 전공한 현지인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덕분에 생산 제품이 다양해져 타사 대비 많은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으며 현지에 보편적인 제품은 물론 프리미엄 시장까지 접수하게 됐다.
◇수출 혁신 무기 ‘잉크젯 프린트 강판’=동국제강은 2011년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 컬러강판을 ‘럭스틸(Luxteel)’로 브랜드화했다. 이어 2013년 가전용 컬러강판 ‘앱스틸(Appsteel)’을 출시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가전 브랜드로부터 이목을 끌었다.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 업계에서는 혁신이라 불리는 ‘잉크젯 프린트 강판’을 내놓았다. 잉크젯 프린트 강판은 집에서 쓰는 프린터기처럼 검정,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잉크로 강판에 원하는 모든 색깔을 구현할 수 있다. 3~4가지 단조로운 색상표현에 그친 기존 컬러강판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 표현이 가능하다. 혁신이라 부를 만하다.
현재 국내에서 잉크젯 프린트 강판이 인라인(생산 설비가 지속해서 운용 중인 상태)으로 운영되는 건 동국제강뿐이다. 철판이 계속 흘러가는 상태에서 발포칼라를 뿌리는 방식으로 생산성이 타사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변 팀장은 “잉크젯 프린트 강판은 기존 컬러강판보다 다채로운 색 표현이 가능해 철강업계에서는 혁신이라고 부른다”며 “초창기인 만큼 고화질 색상 구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잉크젯 프린트 강판은 중국, 인도 등에서 발생하는 고급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수출 무기로 현재는 일부 컬러강판 설비를 떼어내고 소량 생산 중이다. 수요가 늘어나면 설비도 확장할 계획이다.
컬러강판을 뽑아내고 나면 마지막 단계인 잘라내기 작업에 들어간다. 고객사가 원하는 크기로 규격에 맞게 잘라내 포장까지 마무리하게 된다.
이 번거로운 작업까지 인라인 쉐어(하나의 라인에서 생산부터 포장까지 한 번에 끝내는 작업)가 가능한 기업은 국내에서 동국제강뿐이다.
타 기업은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다른 라인으로 이동해 커팅 작업을 진행한다. 덕분에 강판 절단을 위한 이동 시간을 절약하고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다. 변 팀장은 “생산 공정이 단순화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