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자동차 시장 히트작은 단연 현대차 ‘더 뉴 그랜저’다.
자동차 회사는 5~7년마다 신차(풀모델체인지)를 내놓는다. 그리고 그 중간 기점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는다.
더 뉴 그랜저는 6세대 그랜저IG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약 3년 뒤에 엔진과 변속기, 플랫폼 등을 화끈하게 바꾼 7세대가 나온다는 뜻이다.
앞뒤 디자인만 소폭 변경하던 과거와 달리, 더 뉴 그랜저는 변화의 폭을 화끈하게 키웠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신차 아닌 신차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더 뉴 그랜저 고객은 기존 모델보다 다소 젊어졌다. 사전계약 고객 중 40대가 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9%)→30대(21%)→60대(15%) 순으로 고객이 많았다. 기존엔 50대가 34%로 가장 많았다. 새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젊은 층의 반응이 뜨거워졌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 뉴 그랜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달 4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그랜저는 이달 20일까지 누적 계약 5만2000대를 돌파했다.
사전계약 첫날 1만7000대를 넘어섰고, 영업일 11일간 누적 사전계약만 3만2179대에 달했다. 지금까지의 국내 관련 기록 가운데 최대치다.
잘 팔리는 그랜저는 현대차에서 가장 고급형인 이른바 ‘플래그십’이다. 현대차의 말 못할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에서 최고급 플래그십이 가장 잘 팔리는 경우는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간급인 E-클래스 판매가 가장 많고, BMW 역시 3시리즈와 5시리즈가 판매 효자 모델이다.
대중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일본 토요타는 중형세단 캠리와 아랫급 코롤라 인기가 높다. 토요타의 최고급 아발론 판매는 신통치 않다.
플래그십 모델은 잘 팔려서 배를 불려주는 게 아닌, 상징적 이미지를 앞세워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현대차는 가장 고급모델인 그랜저가 제일 잘 팔린다. 잘 팔리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제품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랜저 윗급 모델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차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다만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앞서 현대차는 1990년대 중반, 쏘나타 윗급으로 고급형 마르샤를 출시했다. 그러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최근에는 그랜저HG 윗급으로 상위 모델 ‘아슬란’을 내놓았으나 참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플래그십과 제네시스 엔트리급 사이는 제품전략을 쉽게 짜낼 수 없는 영역”이라며 “(현대차)브랜드 최고급 모델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대는 물론 그에 걸맞은 상품성까지 갖춰야 한다. 글로벌 경쟁사 역시 이 영역에서 고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