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내용 변경 가능성을 인지한 각서를 작성했다면 원하는 아파트 동ㆍ호수를 배정받지 못했더라도 주택조합 가입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 씨 등 조합원 23명이 경기도의 한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 씨 등은 해당 지역주택조합이 분양하는 아파트의 106동ㆍ107동에 속한 지정 호수를 공급받기로 조합 가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업부지 중 일부가 확보되지 않아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자 원하던 호수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됐다. 조합 측은 사전에 “다른 동ㆍ호수 아파트로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A 씨 등은 조합 가입 계약을 해지한 후 계약금과 업무추진비 반환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이 계약은 지정 호수를 분양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합은 아파트 단지의 배치도를 제시하고, 분양면적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층에 따라서도 다른 분양가격을 정해 조합원을 모집한 점 △조합 가입 신청서에는 지정 호수가 분양 목적물로 기재돼 있는 점 △동과 향, 층 등에 따라 수요자의 선호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 등이 조합 가입 계약 체결 당시 ‘향후 사업계획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등이 명시된 각서를 제출한 만큼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봤다.
재판부는 “당초 공급받기로 한 지정 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