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쇼크에 국내시장 '출렁'

입력 2008-09-16 10:49 수정 2008-09-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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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증권, 산업 부문 영향 장기화 우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 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넘어 간데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미국發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의 리만 관련 투자손실은 7억2000만불 수준으로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메릴린치의 경우에도 BoA(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인수함으로써 국내 금융회사의 피해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내 AIG보험사의 경우 미국 AIG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국내에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금융기관 7억달러 이상 손실 불가피

국내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리먼 관련 자산은 7억2000만불 수준이며, 메릴린치에도 7억2000만달러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리먼브러더스 투자액 중에는 주식파생결합상품이 3억90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유가증권 2억9000만달러, 대출 2800만달러 등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리먼브라더스가 발행한 채권과 파생상품 등에 국내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들은 올 6월 말 기준 7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

특히 증권사에서 리먼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금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공사(KIC)와 하나은행 등 메릴린치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BOA의 주당 인수가격보다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 당장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한 KIC는 7월 말 주당 27.5달러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번에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는 시세보다 70% 비싼 주당 29달러, 총 500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평균 매입단가가 24달러 선으로 알려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증권전문가들 "단기 쇼크에서 끝날일 아니다" 한 목소리

한편 월가 쇼크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하면서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었다.

지난 15일 미국의 최대 증권사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휴가 끝난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주 '9월 위기설'과 '옵션만기일'을 무사히 넘겨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했었지만 미국발 악재가 덮치면서 향후 증권시장의 흐름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리먼 사태에 대해 단기적인 악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경상수지보다는 자본수지이므로 리먼브러더스의 도산으로 국제 금융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면 한국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능력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리먼브러더스를 희생양으로 삼고 이제부터 주택가격 안정화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며 "미국의 주택가격은 그동안의 하락세로 인해 과거의 버블은 상당부분 제거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피해도 별 문제는 없어 대세에 지장을 줄정도는 아닌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에서 5대 IB(투자은행)에 들어가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이번 사태로 그간 보이지 않았던 부실이 다 공개될 기회도 있어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희망적이나 긍정적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사태의 규모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 항공ㆍ정유ㆍ철강 업계 '직격탄'

산업계에서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환율 상승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 정유, 철강 업체들이 최근 거침없는 환율 급등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항공업계는 운임의 50∼60%를 원화로 받는 반면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유류비는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5억원 정도 손실을 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물시장에서 원유를 외상으로 들여오는 정유업계도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이 켜져 고심하고 있다. 부채성 자금을 결제하지 않는한 환차손은 계속 커져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정유업계는 환율이 1원 상승할 때마다 업계 평균 20억원씩 환차손을 본다. 원유를 수입할 때 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이 먼저 달러로 대금을 지불한 뒤 60~90일 후 결제하는 유전스(기한부 어음)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약세일 때 원유를 구입했는데 2~3개월 뒤 환율이 높아지면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LPG(액화석유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가스업계, 유연탄 등을 수입하는 전력업계 역시 환율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철강업계도 해외에서 철광석과 고철 등의 원재료를 수입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게 돼 환율 상승이 호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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