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대형마트의 설 의무 휴업일을 변경한다. 기존 의무 휴업일(26일) 대신 ‘설 당일(25일)로 대체 지정하기로 한 것. 하지만 대형마트 노조의 반발에 일부 자치구에서 철회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국 확산 여부에 관심이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해 12월 26일 ‘2020년 설 명절 의무휴업일 변경 시행 안내’ 공고를 통해 설 당일(1월 25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명절 후 첫 의무휴업일(1월 26일)은 지정해제하기로 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날에 문을 닫아야 한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은 지역마다 다른데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등은 대부분 설 다음 날인 26일(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이다. 하지만 이를 명절 당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동구에 위치한 이마트 천호점과 명일점, 홈플러스 강동점 등 3곳의 대형마트와 GS리테일 명일점 등 11곳의 준대규모점포(SSM)는 설 당일 문을 닫는다. 강동구청 측은 “조례로 결정된 사안으로 2013년부터 업체와의 협의 통해 의무 휴업을 변경해왔다”며 “대규모 유통업 종사자의 휴식원을 보장하고, 중소 상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청도 9일 오후 중으로 이번 설과 관련한 의무휴업일 변경 공고를 내기로 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변경)하라는 공고를 낼 예정”이라면서 “의무는 아니고 권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에는 이마트 은평점과 수색점, 롯데몰 은평점 내 롯데마트 등이 있다.
서울 중구청 역시 의무휴업일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중구에는 롯데마트 서울역점과 이마트 청계점이 위치한다. 은평구와 중구 등 자치구가 명절 의무휴업일을 변경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의무휴업일을 설 당일로 옮긴 점포는 이마트가 트레이더스를 포함해 50여 개, 롯데마트가 40여 개, 홈플러스가 30여 개다.
명절 연휴 기간 중 대형마트의 휴업은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무휴업일 직후 명절이 있어 대형마트의 매출에 차질을 줬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소비자 편의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의무 휴업 변경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대형마트들은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의 공세에 이어 규제에 발목을 잡히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형마트들로서는 이커머스는 휴일 없이 계속 물건을 판매하는데 대형마트만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올해 설 명절은 네 번째 토요일로 의무 휴업일 전날에 자리 잡아 휴업에 따른 매출에 미치는 여파가 적다. 통상 명절 당일과 이튿날은 평소보다 매출이 급감해 의무 휴업일을 바꿔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노조 반발이 변수로 떠올랐다. 서울 강서구청은 지난해 12월 30일 올해 설 당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변경한다고 공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서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4곳(이마트 가양점, 홈플러스 강서점·가양점, 롯데마트 김포공항점)은 네 번째 일요일(26일)이 아닌 25일 문을 닫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동조합은 강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 명절 의무휴업일 변경 철회를 요구했다. 마트 노조 측은 근로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업체와 지자체 간에 이뤄진 일방적인 의무휴업일 변경이라며 “명절 당일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은 연휴기간 중 가장 적기 때문에 대형마트들이 정기휴무를 바꿔치기해서 매출을 올려보려는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서구청은 상생협의회를 통해 재심의를 진행하면서 ‘설 당일’ 휴업을 조건부로 철회하며 한발짝 물러섰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원래대로 네 번째 일요일인 26일 휴무로 되돌리고, 다만 노사 내부적으로 합의를 한 업체가 요청하면 설 당일인 25일 휴무를 시행할 것"이라며 “각 업체의 입장을 받아 13일에 재공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목포시청은 지난 8일 마트노조 측 요구에 설 명절 의무휴업일 변경을 거둬들였고, 오산시청도 의무휴업 대체를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