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시진핑 정권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감염이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것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2002~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0시 기준으로 홍콩과 대만, 마카오를 포함해 중국 전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수가 2744명으로 늘었으며 사망자는 80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769명, 사망자는 24명 각각 증가했다. 사망자가 한꺼번에 20명 이상 늘어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완치 후 퇴원한 환자는 51명으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중증환자는 46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아울러 베이징에서 9개월 영아도 우한 폐렴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는 비상사태에 돌입, 춘제(설날) 연휴를 연장하는 등 극약 처방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이달 30일까지였던 춘제 연휴를 다음 달 2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여행자들이 신종 코로나를 퍼뜨리는 것을 막고자 아예 연휴를 더욱 늘린 것이다. 또 2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전국 각 대학과 초중고, 유치원 개학도 연기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 대륙은 현재 전 세계 감염자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고자 중국 정부는 전날 야생동물 거래 금지령을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는 우한의 한 수산물시장에서 처음으로 발생했으며 이곳에서 거래된 야생동물이 감염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농업부와 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임업국은 전날 공동 성명에서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야생동물 매매와 사육, 다른 지역의 수송을 모두 금지한다”며 “소비자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것이 건강상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단속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가 끝난 뒤 다시 거래를 허용하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춘제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25일 이례적으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방위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인 영도소조도 신설했다.
그러나 감염 확산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시를 포함해 후베이성의 13개 도시와 지역을 봉쇄했지만,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 전염병과 춘제로 봉쇄되기 전에 이미 약 500만 명이 우한을 떠났다”며 “현재 약 900만 명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전날 “사스 때와 달리 이번 신종 코로나는 1일에서 14일에 이르는 잠복기에도 전염될 수 있어 대응하는 것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며 “또 바이러스가 인간에 적응해 전염력이 더욱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더 많은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360명의 군과 민간병원 의료진을 우한으로 급파했다. 또 마 주임은 “우한에서 2400개 병상이 추가됐다”며 “정부는 앞으로 사흘 안에 5000개 병상을 더 추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 내 의료시설이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현지 의료시스템이 붕괴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