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예상치 못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넘보고 있다. 지난 4분기 ‘어닝쇼크’를 나타냈지만 자동차 전지사업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LG화학은 4일 전 거래일보다 8.43% 오른 37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LG화학이 4분기 영업적자 성적표를 공개했지만 3.70% 오르는 데 이어 연일 강세를 나타냈다.
전날 LG화학은 장이 열리기 전 시장 컨센서스에 하회하는 4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4분기 영업손실이 275억 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에프앤가이드 추정 컨센서스(1702억 원)에서 대폭 하회한 수치로 LG화학이 분기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01년 LG생활건강과 LG생명과학(현재 LG화학에 흡수합병)을 분사한 이후 처음이다.
LG화학은 4분기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영업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2018년 하반기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관련 충당금으로 3000억 원이 반영된 탓이다.
실적은 ‘쇼크’였지만 주가는 ‘서프라이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이 일회성 비용을 이번에 털면서 불확실성을 제거한 점이 오히려 호재로 인식됐다. 특히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고 있어 기대 수준을 충족했다.
게다가 자동차 전지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세가 전망되면서 투자심리가 끓고 있다. 지난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생산대 수를 50만 대로 늘리면서 추가 배터리가 필요함에 따라 LG화학, 중국 CATL과 배터리 공급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 중인 파나소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3일 중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CATL은 테슬라와 배터리 2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세계 1위 업체인 테슬라는 3일 뉴욕증시에서 20% 급등하는 등 연일 신고가를 쓰며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테슬라향 전기차(EV) 배터리 및 경전기 이동수단(LEV) 비중 확대로 올해 전년비 30% 매출액이 성장할 전망”이라며 “테슬라 중국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모델Y 모델3과 플랫폼을 공유하는데, LG화학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CATL 역시 테슬라에 공급 예정이나, 2020년 7월부터 2022년 6월 중으로 테슬라 필요에 따라 물량이 결정될 예정으로 당분간은 LG화학이 대부분 물량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 전기차 판매가 고성장세로 2차전지 시장 내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LG화학은 유럽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주요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가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LG화학 주가는 최근 한달 사이 23.6% 올랐다. 같은 기간 동종 업계 기업인 금호석유(-11.0%), 롯데케미갈(-8.6%)과 동떨어진 상승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공장 가동으로 올 상반기 해외 공장의 전반적인 수율은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ESS 국내 매출 정상화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라 기존 대비 매출ㆍ이익 가이던스가 하향될 수 있다”며 “석유화학 동종 업체의 전반적인 가치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사업가치 축소 및 1분기 실적 부진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주가 상승 속도에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