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유통기업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점포 200여 곳의 문을 닫기로 하면서 구조조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쟁 점포수가 줄면서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으로 고객이 몰리게 돼 반사익을 누리는 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롯데쇼핑의 수장에 오른 강희태 롯데 유통BU장(부회장)이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이는 지난달 열린 롯데 사장단 회의에서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며 변화를 촉구했던 신동빈 회장의 주문을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7조6328억 원의 매출과 42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1.1%, 28.3% 줄어든 수치다. 중국 점포 철수로 롯데백화점의 매출이 3.1% 주춤한 가운데 저가 정책에 나섰던 롯데마트는 2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특히 저조했다.
오프라인 점포 다이어트에 따라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롯데쇼핑 측은 폐점되는 점포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해 잡음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가장 큰 규모의 구조조정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대상으로 단행하는 바, 현재 521 점(직영 및 FC가맹) 중 70 여 개 이상 폐점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할인점의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중요한데, 현재 국내 점포수는 125 점(인니 50 점, 베트남 14 점)으로 향후 5년 간 50 개 이상이 폐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롯데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낙제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롯데 뿐만 아니기 때문이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이 ‘싹뚝’ 날라갔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07억 원으로 전년보다 67.4%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영업손실 10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월 결산 법인인 비상장사 홈플러스 역시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역시 구조 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롯데만큼 과감하지는 않다. 지난해 10월 이마트 수장으로 부임한 베인엔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대표는 최근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잡화점 ‘삐에로쇼핑’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부츠’, ‘일렉트로마트’ 등 다른 브랜드도 효율이 낮은 점포 문도 닫기로 했다. 다만, 노브랜드와 센텐스의 글로벌 진출에는 힘을 쏟기로 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은 다르다. 대형마트는 초저가 상품 공세를 강화해 집객 효과를 높이는 한편, 기존점의 30% 이상을 리뉴얼해 오히려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내실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인력 조정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경우 본업인 할인점보다는 전문점 등 개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롯데가 치고 나갔지만,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따라 잡음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곧바로 뒤따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일부 점포가 없어지는 만큼 경쟁 업체가 단기간 반사익을 거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없애는 점포 인근에 위치한 경쟁사 점포는 얻을 수 있는 반사익을 고려해 앞으로의 전략을 수립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는 적자 점포 위주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기들끼리 카니발 효과가 있는 곳부터 정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따른 반사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