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2대 주주로 맞은 현대오일뱅크가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했다. 최대주주였던 현대중공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이사회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회사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규정을 변경했다.
같은 달 17일부터 시행된 변경된 이사회 규정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대표이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사회 소집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소집을 요구한 그 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대표이사 혹은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만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었다.
현대오일뱅크 최고경영자(CEO), 더 나아가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에 집중됐던 이사회의 역할이 주주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아람코가 핵심 주주가 되는 만큼 아람코에 맞춰진 이사회 역할 강화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이사회 역할의 공정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사회 안건 중 이사 전원의 동의를 요하는 사안을 규정했다.
현대오일뱅크 이사회는 △발행주식수의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주식 지분 또는 주식에 부착된 의결권을 희석시키는 일체의 행위 △회사의 모든 종류의 주식에 관한 권리, 우선권 또는 특혜의 부여 또는 개정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의 수와 유형 또는 이사회의 규모를 변경시키는 일체의 행위 등에 대해 이사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을 변경했다.
이외에도 △정관ㆍ이사회 규칙 및 규정ㆍ위원회 또는 이사회 규모를 변경시키는 일체의 행위 △합병ㆍ분할 사업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의 이전, 기타 이와 유사한 절차에서도 이사 전체의 ‘찬성’ 의견을 구했다.
특히 ‘아람코’에 맞춰 규정을 변경한 부분도 눈에 띈다.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행사를 제지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이사회는 50억 원을 초과하는 이해관계자 거래, 회사와 회사 발행주식수의 10%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계열회사 간의 어떠한 이해관계 거래도 이사회 전원 결의를 필요하다고 정관상에 규정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 그룹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아람코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사전에 합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이사회 변경은 아람코가 2대 주주로 들어서며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지주를 최대주주로 두며 현대오일뱅크 이사회 역시 현대중공업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아람코의 투자를 이끌며 현대오일뱅크 역시 이사회의 역할을 변경한 것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7%를 아람코에 매각해 1조3749억 원을 확보했다. 같은 달 12일 현대오일뱅크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브라힘 카심 케이 알부아이나인 아람코 트레이딩 대표를 이사회 구성원(기타비상무이사)으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대 주주인 아람코와 현대오일뱅크의 의사 결정 과정을 함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이번 주주 변경에 따라 이사회 규정 역시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기존에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식을 들고 있었지만, 새로운 주주가 오면서 소수 주주의 지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