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성’(경기 수원ㆍ용인ㆍ성남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규제 강화 조치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주택 정비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8일 참고자료를 내고 "수도권 일부 지역의 이상 과열 현상에 대해 관계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번 대책은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이번주 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용성 지역에 규제 지역을 추가 지정하거나 규제 정도를 강화하기로 한 지난 13일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 방침을 재확인하는 발언이다. 총선 민심 악화를 우려한 여당은 부동산 대책을 미루자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수용성 집값 잡기’를 공론화한 이상 규제 강화 발표가 불가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성남시 분당구는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고, 수원시 팔달구ㆍ광교지구와 성남시 수정ㆍ중원구, 용인시 수지ㆍ기흥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정부가 추가 규제 방안을 내놓는다면 남은 비(非)규제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현재 조정대상지역 일부는 투기과열지구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규제가 강화되면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우선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규제가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집단대출 규제가 대표적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이주비나 중도금, 잔금 등을 집단대출할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감정평가액의 60%로 제한된다. 재개발ㆍ재건축 주택의 가치가 5억 원이라면 이주비 등으로 최대 3억 원밖에 못 빌린다는 뜻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LTV가 40%로 줄어든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LTV가 10%포인트씩 추가 차감된다.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바라본다. 세입자에게 돌려줄 목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주비 마련이 늦어지면 정비사업도 지연되고 분담금도 늘어날 위험이 생긴다.
성남 중원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이 제대로 나와야 이사할 집도 알아보고 세입자 전세금도 돌려줄 수 있다”며 “지금 다른 지역도 집값이 올라서 난리인데 이주비 대출이 줄어들면 옮겨갈 집도 못 구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입주권이나 분양권을 양도(전매)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정비사업장 조합원 중엔 입주권ㆍ분양권 웃돈을 노리고 사업에 동참하는 경우가 적잖다. 대출 문이 좁아진 상태에서 전매까지 차단된다면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투기과열지구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잠재적 후보 지역이 된다는 건 또다른 복병이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만 재건축ㆍ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 영통구의 재개발 조합 임원은 “규제가 강화되면 재개발 현장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분양시장까지 같이 죽어버릴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대출금이 확 줄어들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위험성도 있어 정비사업이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수 있고 분양권 전매도 금지되는 만큼 정비사업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박 위원은 “조정대상지역은 이 정도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 만큼 규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 기존 아파트 몸값만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택 품귀 현상이 그만큼 심화하기 때문이다. 수용성 지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신분당선 연장 등으로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자금이 너무 많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강화를 강행한다면 관망세는 늘겠지만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