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시나리오를 젊은 감독이 들고 온다면?"…봉준호의 고민

입력 2020-02-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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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etoday.co.kr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etoday.co.kr
'기생충' 봉준호 감독에게도 한국 영화 산업의 불균형은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봉 감독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귀국 보고 기자회견에서 '플란다스의 개'가 지금 나왔다면 어떤 반응이었겠느냐는 질문에 "해외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 영화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이유가 뭐냐고 물을 때 저도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를 한다"라며 "요즘 젊은 감독이 그런 시나리오를 갖고 왔을 때, '기생충'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시나리오 들고 왔을 때 과연 투자를 받고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저는 1999년 데뷔했는데, 20여 년간 눈부신 발전과 동시에 젊은 감독이 이상한,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엔 어려워지는 경향이 생겼다"면서 "재능있는 친구들이 산업으로 흡수되기보다 독립영화만 만드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이 평행선 이루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2000년대 초 '플란다스 개' '살인의 추억' 때는 메인스트림과 독립영화가 상호 침투했다. 좋은 의미에서의 다이나믹한 충돌들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의 활력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8090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 영화가 어떻게 쇠퇴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한국의 많은 산업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영화가 가진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산업이 껴안아야 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에 나온 훌륭한 독립영화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워낙 큰 재능들이 이곳저곳에서 꽃피고 있다"며 "결국은 산업과의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 일문일답.

- 정치권에서 봉준호 생가를 보존하자고 말하는 것은 알고 있나.

"저도 기사를 봤다. 동상과 생가…. 네. 그런 이야기는 제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하고 있다. 그걸 가지고 딱히 할 말은 없다.

- '자막의 벽'을 허무는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달시 파켓님과는 '플란다스의 개'부터 모든 작품을 했다. 본인께서 한국말을 되게 잘하는 미국인이고, 부인은 영어 잘하는 한국인이라 한다. 그 두 분의 상호작용이 좋다. 예를 들어, '기생충'에서 박서준이 이 '수석'이 1층에도 있고 2층에도 있다고 하는 말엔 은근히 자기 집이 부자라는 걸 드러낸다. 순간적인 맥락을 전달하기 힘들지만, 가장 즉각적으로 사람들이 캐치할 수 있게 해보자고 말한다. '짜파구리'는 '번역이 불가능하지만 뭔가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한다. 이런 여러 맥락과 드라마상 숨겨진 의미들이 영어로 어떻게 전달돼야 하는지 세밀하게 짚어드린다. 그럼 최고의 답은 달시 파켓 부부가 찾아낸다. 달시 파켓은 '살인의 추억'때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류 최대 난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분이다."

- 미국 관객과 한국 관객의 차이가 있나.

"이정은 배우도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였다. 늦은 밤 벨을 누르는 순간 영화의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며 '오리지날 하우스 키퍼'가 누구냐고 묻는다. 시상식 입장할 때 톰 행크스 부부를 봤다. 송강호, 이선균, 이정은 배우 보고 아주 반가워했다. 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는데 엊그제 '기생충'을 봤다면서 20분 정도 이야기를 했다. 그 중 10여 분 정도를 조여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연기와 캐릭터가 인상적이라며 하루 내내 그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미국 배우조합상(SAG)에서 앙상블상 수상으로 입증했듯 누구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아카데미 투표에서도 배우 협회 비중이 컸다. 작품상을 받는데 1등 공신, 멋진 앙상블의 배우, 미국 배우 협회 회원들이 아닌가 분석했다."

- 오늘까지 이어진 일정에 대한 소감은.

"지난해 5월 칸 영화제부터 이번 오스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 이벤트가 있었다. 물론 경사지만, '기생충'은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그렇게 될 것이다. 여기 배우들의 멋지고 아름다운 연기, 모든 스태프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장면 하나하나, 그 장면에 들어간 저의 고민들을 떠올린다. '기생충'이 영화 자체로 기억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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