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크게 보이는 현상은 전체 벤처 투자 중 엔젤 투자의 활동이 점차 줄고, 소위 몸집이 이미 큰 벤처들이 더 크게 사업을 벌일 때 일어나는 ‘메가딜(late stage mega deal)’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전에는 약 5000만 달러(약 6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많았다면, 이제는 70% 정도의 메가딜이 이보다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2018년 이후 눈에 띄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초기 벤처 투자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했고 길었던 경제 호황의 끝이 가까이 있다는 위험 인지가 높아지며, 대박 가능성보다 안전하고 단기적인 지불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이 대기업 벤처 투자(corporate venture capital)이다. 즉, 이미 대기업으로 자리 잡은 벤처 기업이나 기존 대기업들이 벤처 투자자로 들어오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자본이 반드시 벤처를 인수하려는 의도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벤처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하나의 기업 수익모델로 자리 잡는 추세이다. 즉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 기업의 수익을 올리는 전통적 모델을 추구하는 동시에, 벤처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 2019년 가장 눈에 띄는 벤처 자본 회수(venture fund exit) 방법은 대기업이 투자했던 벤처들의 IPO였다.
또 한 가지 나타나는 현상은 소프트웨어 벤처에 투자하는 자본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거의 60%의 벤처 투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그 투자 사이즈가 전체의 30%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벤처는 여전히 가장 많은 벤처 투자를 받는 영역이다. 그러나 현재 보이는 트렌드는 벤처 펀드가 더욱 다양한 기업 영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통한 급진적으로 다른 기업 모델(disruptive innovation)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기존의 기업 모델과 섞여 소비자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는 사용 모델에 효능성과 혁신을 높이는 벤처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과 함께 여성들의 벤처 활동 참여가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여성이 이끄는 벤처에 들어간 자본이 약 40배 늘었다. 2019년 각각 1조 원 규모의 벤처 IPO를 이끌었던 글로시에(Glossier),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는 이런 현상의 예다. 이 둘은 여성이 이끌었던 벤처 모델이었다. 아직까지는 여성이 이끄는 벤처 모델이 패션이나 화장품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기는 하나, 현저히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물론 여성이 이끄는 벤처가 반드시 투자 유치에 경쟁력이 더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성만으로 구성된 벤처 창업팀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크게 줄고 있는 것은 뚜렷한 현상이다. 특히 이런 현상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벤처보다 뉴욕에서 진행되는 벤처에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