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 수요는 벌써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죠. 새학기 전세 수요와 겹치면서 전세 매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G공인 관계자)
지난해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분위기지만 전셋값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학기를 앞두고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수요가 몰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까지 쏟아질 경우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0.26% 올랐다. 새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쏟아지면서 학군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명문 학군과 학원들이 밀집한 양천구(0.67%)와 강남구(0.55%), 서초구(0.23%) 등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같은 전세값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강남권의 전세값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학군 수요 증가에다 재건축 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가 3월부터 5월 말까지 석달간 재건축 이주에 나서기로 했다. 청담삼익아파트는 최고 12층 12개동, 총 888가구인 기존 단지를 헐고 최고 35층 9개동 1230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다.
청담삼익의 이주가 끝나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4지구가 이주를 시작한다. 신반포 4지구가 이주에 나서면 무려 2898가구가 주로 인근에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단지 외에도 서초구 방배13구역(1550가구)과 방배14구역(316가구)도 올해 중 이주에 나설 예정이다.
방배동 J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지역에선 재건축 때문에 이사를 해야하는 경우 인근 단지 또는 최소 강남권에서 전세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담삼익아파트의 경우 5월까지는 이주를 해야하는데 벌써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 물건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청담삼익아파트 인근 청담자이 전용면적 49㎡형 전세가격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7억5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선 9억2000만 원에 전세계약됐다. 한 달 사이에 전셋값이 무려 2억 원 가량이 오른 것이다.
인근 래미안 청담로이뷰 전용 110㎡형도 전세가격이 지난달 10억 원이었으나 지난 4일엔 12억 원에 전세 거래됐다.
반면 전세 물량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는 4만2012가구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하지만 올해 입주 아파트 가운데 강남3구 물량은 5986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2018년 1만5892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입주 물량 감소는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서울지역 전세가격 전망지수가 116.5를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가격 전망지수는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부동산 경기 흐름을 토대로 3개월 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을 조사하는 수치다. 전망지수가 115을 넘어서면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비중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현재 강남지역엔 아파트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여기에 이주 수요까지 발생하면 전세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