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경제학]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청바지’…원래는 광부 옷?

입력 2020-03-24 16:38 수정 202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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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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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두 다리를 바라보자. 어떤 사람은 슬랙스를, 또 어떤 사람은 정장 바지를 입고 있을 터. 청바지도 그중 하나일 게다. 편하게 입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의 옷장에 한 두벌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IT 기업이나 마케팅 업무 종사자들은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뽐내곤 한다.

이처럼 '편한 옷'의 대명사로 통하는 청바지의 역사는 상당히 깊다. 19세기부터 시작됐다고 하니 족히 100년이 훌쩍 넘도록 우리의 두 다리를 책임져 왔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모양(핏)도 변하면서 꾸준하게 애용됐다. 비록 '이게 뭐냐?'는 불만 섞인 반응이 청바지의 첫인상이지만.

▲청바지는 광부의 작업복으로 시작한 옷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청바지는 광부의 작업복으로 시작한 옷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청바지의 탄생은 실수?…직원의 '신의 한 수'

청바지는 처음부터 계획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텐트용 천'을 만들다가 우연히 탄생했다. 한 회사는 텐트를 만드는 데 쓸 천을 납품해 달라고 의뢰를 받는다. 제작 과정에서 한 직원이 실수로 그 천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는데 의뢰한 사람이 이 천을 사기 거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남아돌고 쓸데없는 천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을 거듭하던 회사는 '광부용 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 천으로 바지를 제작하게 된다. 이것이 청바지의 시초다. 천이 질겨 잘 안 찢어지고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강점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고. 지금처럼 '값싸고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작업복의 일종으로 시작된 옷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패션'으로 입는 옷이 됐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입을 수 있고 크게 유행을 타지 않아 한 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장점 덕이다. 게다가, 긴 바지로 출시된 청바지가 이후에는 반바지, 치마로 변형되면서 나이와 성별을 따지지 않고 입을 수 있게 됐다.

▲죠다쉬의 잡지 광고. 뒷주머니에 새겨진 로고가 강렬하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죠다쉬의 잡지 광고. 뒷주머니에 새겨진 로고가 강렬하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국에서 인기몰이 한 '해외 청바지'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청바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를 비롯해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죠다쉬'와 '써지오 바렌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죠다쉬는 지금의 스키니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달라붙은 청바지를 국내에 상륙시키면서 섹시하다는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바지 뒷주머니에 박힌 로고까지 고급스럽다고 느낄 정도.

죠다쉬가 인기를 끌자 삼도물산이란 곳에서 써지오 바렌테를 출시했다. '개성'을 강조하며 이 바지를 입어야 남들과 차별된 나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느낌의 광고도 내보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경쟁력으로 꼽혔다. 당시에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지금보다 약해 죠다쉬나 써지오 바렌테를 입으면 "메이커 입었네"라는 말을 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모두 사라진 브랜드다.

▲1987년에 방송된 써지오 바렌테 TV 광고의 한 장면. 죠다쉬와 함께 국내 청바지 시장을 한 때 양분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처=유튜브 캡처)
▲1987년에 방송된 써지오 바렌테 TV 광고의 한 장면. 죠다쉬와 함께 국내 청바지 시장을 한 때 양분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처=유튜브 캡처)

◇"신토불이…우리가 사랑한 '토종 청바지'

한국 토종 브랜드 청바지도 나름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한국갤럽은 2019년 5월에 전국 만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청바지 브랜드 선호도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한국 브랜드인 '뱅뱅' '잠뱅이'는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게스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뱅뱅은 한국 토종 브랜드의 대표 격이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뱅뱅은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6년 매출 1146억 원, 2018년 매출 932억 원을 올리면서 1000억 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의 체형에 적합한 디자인에 가성비까지 더하면서 마니아층이 두껍다. 종종 홈쇼핑 채널에서 뱅뱅 청바지 3벌을 6만9900원에 판매하는데, 참지 못하고 구매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많다는 후문이다.

잠뱅이 역시 계절 특화상품을 내놓으면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청바지를 계절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지만, 4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선 불편한 점도 생기기 마련. 잠뱅이는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쿨맥스', 추운 겨울 보온성을 높인 '기모' 청바지를 내놓으면서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덕분에 2016년 매출 355억 원, 2018년에는 매출 317억 원을 기록했다.

▲1993년에 방송된 뱅뱅 청바지 TV 광고. 해외에서 히치 하이킹을 하던 박중훈, 차를 세운 여성이 옷이 멋있다고 말하자 "뱅뱅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출처=유튜브 캡처)
▲1993년에 방송된 뱅뱅 청바지 TV 광고. 해외에서 히치 하이킹을 하던 박중훈, 차를 세운 여성이 옷이 멋있다고 말하자 "뱅뱅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출처=유튜브 캡처)

◇핏 다양한 청바지, 입맛대로 골라 입어볼까?

청바지가 긴 세월 꾸준히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이유 중 하나가 다양성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랑받는 핏도 달라졌고, 요즘에는 자신의 개성에 맞게 입맛대로 골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는 나팔바지가 유행했다가 1980년대가 되면서 스키니핏이 유행했다. 시간이 지나 1990년이 돼서는 부츠컷이 인기를 끌었다. 청바지의 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시대별로 선호하는 핏이 달라지면서 질리지 않고 입는 옷이 된 셈이다.

각각의 개성이 존중되는 오늘날에는 특정 핏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핏의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어울리는 옷을 곁들인다. '청바지 르네상스 시대'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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