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 브리핑에서 최근 저유가 기조와 관련해 “이 가격은 미국의 수많은 일자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수만 명의 에너지업계 근로자들과 그 일자리를 만드는 위대한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전날 미국 에너지 업계 임원진과 회동한 뒤에도 “현재로서는 관세를 부과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사용 가능한 수단”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국제유가는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위축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전쟁’으로 인해 추락했다. 세계 각국의 입국 금지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원유 수요가 대폭 감소한 가운데, 사우디와 러시아가 지난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 플러스(+) 회동에서 감산 협상에 실패한 뒤 유가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저유가 폭탄을 맞은 것은 미국 셰일 오일 산업이었다. 셰일오일의 생산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돌아야 하는데, 유가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셰일 업계가 곤경에 처하는 것은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에너지 산업이 그의 정치적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텃밭인 텍사스주에는 미국의 셰일업체들이 모여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락하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석유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사우디 사이에 급히 개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에도 양국 간 진통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양측은 유가 전쟁 촉발의 원인이 된 지난달 6일 OPEC+ 감산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을 상대국에 미루면서 공방을 벌였다.
이 가운데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통화 뒤 사우디가 제안해 성사된 OPEC+ 긴급 화상회의도 당초 6일에서 9일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는 4일 “OPEC이 9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며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시급히 산유량을 감산하는 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이번 감산에 미국이 동참하길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감산량이 OPEC+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데다가, 지난 3년간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안팎을 유지함에 따라 미국의 셰일 오일 업계가 혜택을 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