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국사회 강타한 ‘광풍’의 끝은 고통

입력 2020-04-13 13:02 수정 2020-04-14 08:0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백년전쟁 때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 한때의 ‘행운의 여신’에서 이단으로 몰린 19세의 그 소녀는 광장에서 ‘마녀사냥’의 희생냥이 돼 화형을 당했다. 기독교권 국가들에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어진 인류사의 치부다. 극단적인 사회불안이 몰고온 대형 광풍이다. 마녀재판은 선동적이었고 단순했다. 끝까지 마녀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역시, 독한 마녀’로 처형됐다. 억지 자백을 하면 마녀이기에 화형이 당연했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단순한 비이성적 사회적 광풍이 아니다. 공동체의 갈등이 상층(남성 가부장적 문화와 제도, 그리고 국가권력)의 논리와 맞아 떨어져 ‘마녀사냥’이라는 채널로 터져나온 것이다.

1958~61년 중국의 ‘대약진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의지, 열정, 헌신으로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승부수는 대재앙으로 끝났다. 1959~1961년 대기근으로 3000만 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인민의 자발성이 위축되고 상명하달 체제가 강화되는 등 신흥 관료층이 혁명을 전유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였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육체적·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 사회 전체도 ‘마녀사냥’이나 ‘대약진운동’ 처럼 가끔 집단 광풍에 휩쓸리고 한다. 보통 과도기나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는 시대에 일어난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성격은 다르지만 ‘마녀사냥’ 등에 못지않은 광풍에 휩쓸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경쟁’ 이란 광풍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집단 광풍의 끝을 보여 준다. 경쟁적으로 내놓은 현금 살포 공약이 단적인 예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인당 50만 원씩 지급을 주장하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역·소득과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맞받았다.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로 쓰러져 가는 국민을 위한 재정이 아니라 표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혜택을 받는 우리 세대는 나쁠 게 없다. 위기가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랏돈을 마구 쓰고픈 유혹에 빠지는 이유다.

하지만 재정은 공짜가 아니다. 가계·기업과 마찬가지로 빚을 쓰면 반드시 고지서가 돌아온다. 베네수엘라가 극단적인 예다. 부채가 늘어나 나라 곳간이 비면 계속 빚(국채 발행)을 냈고, 돈도 마구 찍었다. 결과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고, 국민들 3명 가운데 1명은 매 끼니를 걱정할 정도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고 기업 도산에 따른 대량해고 방지를 위해서도 막대한 금액이 필요하다. 당장 생계가 어렵지 않은 국민들에게까지 마구잡이식으로 돈을 뿌려도 될 상황이 아니다.

사회는 또 어떤가. 개인과 기업 모두 ‘경쟁’이란 광풍에 내 몰려 숨쉬기 조차 힘든 실정이다.

적당한(선의) 경쟁은 기술혁신을 유발하고, 서비스 질을 높인다. 이게 정글 같지만 시장이 옹호받는 이유다. 하지만 과당·출혈경쟁으로 불리는 광풍은 그 이상으로 역기능을 낳는다. 예컨대 국내 면세업계 양대 산맥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의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두산도 두타면세점으로 운영하던 면세점 사업을 접었다.

몇 해 전만 해도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다. 중국 단체관광객인 유커는 끊임없이 한국으로 몰렸고, 이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며 기업들은 면세점 특허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승자는 핑크빛 미래를 향한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딱 여기 까지였다. 중소기업들까지 앞다퉈 뛰어들면서 하나는 망해야 하나는 살아남는 극한의 생존게임이 펼쳐졌고, 코로나19등 돌발 악재에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날개개 꺾였다. 겉으로 드러난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감소다. 하지만 본질은 ‘경쟁’이라는 광풍이 있다.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공급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여행 수요 증가세 둔화 등 업황 부진과 환율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 등이 겹치면서 날개가 꺾인 것이다.

역사 속 여러 대형 광풍이 그랬듯이, 지나친 경쟁 광풍은 잘못된 결과를 만들 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30대 상무ㆍ40대 부사장…삼성전자 임원 인사 키워드는 ‘다양성‧포용성’
  • 차기 우리은행장에 정진완 중소기업 부행장…'조직 쇄신ㆍ세대 교체' 방점
  • 동물병원 댕댕이 처방 약, 나도 병원서 처방받은 약?
  • “해 바뀌기 전 올리자”…식음료업계, 너도나도 연말 가격인상, 왜?!
  • 고딩엄빠에서 이혼숙려캠프까지…'7남매 부부' 아이들 현실 모습
  • 어도어, 뉴진스 '계약 해지' 기자회견에 반박…"전속계약 여전히 유효"
  • 29일까지 눈..."낮아진 기온에 빙판길 주의"
  • 래퍼 양홍원, 25살에 아빠 됐다…"여자친구가 해냈어"
  • 오늘의 상승종목

  • 11.29 11:2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968,000
    • +0.22%
    • 이더리움
    • 4,981,000
    • -1.33%
    • 비트코인 캐시
    • 714,000
    • -1.65%
    • 리플
    • 2,172
    • +5.64%
    • 솔라나
    • 333,100
    • -1.77%
    • 에이다
    • 1,460
    • +2.38%
    • 이오스
    • 1,135
    • -0.26%
    • 트론
    • 282
    • +0.36%
    • 스텔라루멘
    • 690
    • +1.62%
    • 비트코인에스브이
    • 97,550
    • -1.41%
    • 체인링크
    • 25,000
    • -1.81%
    • 샌드박스
    • 936
    • +11.8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