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쇼핑몰과 식당, 공장 등이 폐쇄된 영향으로 미국인이 지난달 소비지출을 기록적으로 줄였으며 산업생산은 7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번 주 어닝시즌이 개막한 가운데 기업실적도 연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는 이날 사상 최악의 경제지표와 어닝쇼크로 급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86%, S&P500지수는 2.20% 각각 급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4% 하락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매판매는 지난 3월에 전월 대비 8.7% 급감해 1992년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셧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의류 매장 판매가 반 토막이 났으며 자동차와 가구, 전자제품과 스포츠용품 지출도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소매컨설팅 업체 컨슈머그로우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회장은 “3월 쇠퇴는 문자 그대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3월 중순에야 광범위한 사업 폐쇄가 시작됐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고 어두운 예언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발표한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5.4% 급감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월 이후 74년 만에 가장 큰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이날 발표한 3월 주택시장지수는 전월의 72에서 42포인트 급락한 30으로, 사상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또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경기확장과 위축이 갈리는데 지난 201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을 밑돌았다.
그랜트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심각하게 얼어붙어 뼛속까지 떨리고 있다”며 “3월 지표는 봉쇄에 대한 반응이나 앞으로 다가올 일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경종을 울렸다.
연준이 이날 내놓은 베이지북 보고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미국 전역에서 경제가 갑작스럽게 가파르게 위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 보고서의 ‘완만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경기판단은 삭제됐으며 “모든 지역에서 기업들이 장래 불투명함을 우려하면서 앞으로 몇 개월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명시했다.
베이지북은 연준 산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경기판단을 종합한 보고서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요 자료로 쓰인다. 이번 베이지북은 2월 말부터 4월 6일까지의 미국 경제상황을 정리했다. 연준은 오는 28~29일 FOMC를 연다.
기업 실적도 최악이다. 전날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에 이어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들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최소 40% 이상 급감했다. 코로나발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대출에 대비하고자 엄청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둔 영향이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것도 미국 경제와 시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플러스(+)가 지난 12일 하루 970만 배럴이라는 기록적인 감산에 합의했지만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 끝에 이날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선이 붕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올해 5.9%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09년의 -2.5%보다 2배 이상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