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매각이 결정됐지만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통매각’이 아닌 분리매각으로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채권단은 지난 21일 이날 한진중공업의 M&A(인수합병)에 동의하는 결의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내 채권단이 지분 비율로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매각이 추진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중공업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16.14%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우리은행△우리은행 10.84% △농협은행 10.14% △하나은행 8.90% △국민은행 7.09% △수출입은행 6.86% 등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매각 결정에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역행하는 결정”이라면서 “한진중공업이 영위하는 조선업과 건설업 자체가 경기민감업종인 데다 조선업황이 최근 몇 년간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어 사모펀드(PEF)는 물론 동종 업계에서 한진중공업을 살 만한 기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은 연초만 해도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지연됐던 발주가 늘어나면서 올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업황 회복에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 여파에 글로벌 경기둔화가 포착되고, 전 세계 주가지수 및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일련의 피해확산이 나타나자 대다수 선주가 신조선 발주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로 전년 대비 70% 줄었다.
이에 채권단의 바람과 달리 채권단이 한진중공업을 부문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팔리는 것’부터 매각에 나서야 매각 가능성이 높일 것이란 예상이다.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이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76%지만 건설 부문은 51.14%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채권단은 매각 효율성 등을 위해 통매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에서 조선과 건설 부문을 합쳐 매각할 경우 살만한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마땅히 살 사람을 찾지 못하면 매각가격을 크게 내려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설 부문을 따로 떼어 매각한다면 해당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일부 알짜 중견 건설사들이 관심 가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