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나라 밖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전역에서 확진자가 400만 명을 넘었고 28만여 명이 사망했다. 속수무책의 가공(可恐)할 재앙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발원지인 코로나19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미국의 지금까지 환자 132만여 명, 사망자 8만 명에 이르는 피해는 처참하다. 미국은 중국의 책임론을 따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진주만 공습이나 9·11테러보다 나쁜, 미국이 받은 최악의 공격”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비화시킨 것이다. 초강대국 두 나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신냉전(新冷戰)을 예고한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후의 전환기적 변화를 말한다.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될 정치·경제·사회의 대변혁(Corona Revolution)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격은 국제안보 지형까지 흔드는 양상이다.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주역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코로나19는 무작위적이고 파괴적인 위협으로 자유세계의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자유무역의 기반이 무너지고, ‘장벽의 시대’(walled city)로 되돌아간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앞으로 전개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예측들의 방향은 수렴한다. 감염병 위기의 일상화에 따른 언택트(untact,비대면)가 대세로, 이는 개방성과 투명성, 민주주의의 퇴조로 이어진다.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멈춰지고 제한된다. 국제협력과 글로벌 리더십도 실종 상태다. 지구촌이 갈라지고 찢어지는 고립의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간다. 자유의 쇠퇴와 교역의 보호주의, 폐쇄적 자급자족 경제, 탈(脫)세계화가 불가피하다. 감염병 대응을 빌미삼은 정부의 권한 강화는 전체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마저 키운다.
물론 미래를 먼저 알 수는 없다. 팬데믹으로 100여 년 전 대공황 이래 최악에 빠진 글로벌 경제의 파탄을 어느 누구 미리 경고한 이 없다. 그럼에도 예측은 가능한 시나리오이자 대안 제시를 위한 가치를 갖는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가 한국의 치명적 타격과 위기를 예고한다. 개방적 자유주의와 세계화, 그것에 기반한 국제분업과 글로벌 가치사슬이 지난 수십년 한국 경제 번영의 디딤돌이었다. 그 구조가 붕괴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그림이다.
위기는 위장(僞裝)된 기회라고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이전과는 같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우리는 종전의 규범과 관행을 스스로 폐기해야 할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건 필연이다. 진화의 법칙이다.
미래는 도전이자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과제다. 앞으로 경제 패러다임과 산업 생태계의 뉴노멀(new normal)은 ‘디지털’일 것이라는 점에 많은 예측이 일치한다. 비대면 경제 확산은 디지털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산업지도를 본질적으로 바꿀 것이다. 정부도 ‘한국판 디지털 뉴딜’을 주창했다.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우리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다. 한국 경제 성장 기반과 산업구조 재편의 방향이자 활로다.
그러나 아직 현실 진단이 결여된 장밋빛 청사진뿐이다. 지금 생존의 벼랑에 선 비상상황이다. 달라질 세상의 가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혼돈을 깨트릴 파괴적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사고(思考)의 틀을 바꾸고 낡은 이념부터 혁파해야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다. 국가 리더십의 대전환과 함께, 정부 통제 중심의 비효율적 기존 정책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응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옳은 전략과 비전, 실용적 해법이 나온다. 뉴딜로 이룩하겠다는 ‘선도형 경제’의 핵심도 민간 자유와 창의다. 정부가 돈만 쏟아부어 될 일이 아니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