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재개발사업 희비가 구역별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구역은 결합 개발, 공공 재개발 같은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선 사업 좌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북동은 부촌과 서민 주거지역, 달동네가 뒤섞인 곳이다. 외국 대사관저와 저택이 늘어선 선잠로 큰길에서 한 골목만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소형주택들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성북동 일대에선 2004년부터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네 지역이 재개발 구역이나 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정비사업을 준비했다.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곳은 2구역이다. 성북동 재개발 구역에서 유일하게 조합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주택은 매매값이 3.3㎡당 2000만 원에 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성북2구역은 현재 같은 성북구 관내인 신월곡1구역과 결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성북2구역 용적률을 낮춰 신월곡1구역으로 이관하는 대신 신월곡1구역은 재개발 수익을 성북2구역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자연경관지구 등으로 묶여 고도 제한을 적용받은 성북2구역으로선 재개발 재원이라도 확보하는 게 이익이다. 성북2구역 조합 관계자는 "결합 개발이 아니면 재개발을 성사시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성북2구역 조합은 결합 개발로 얻은 재원을 종잣돈으로 지역에 고급주택 283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조합 측은 "올해 건축 심의를 마치고 내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북1구역도 2구역을 쫓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4년 재개발 조합 추진위 인가를 받은 성북1구역은 15년 넘게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올해도 성북1구역은 구역 지정을 두고 성북구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성북1구역 추진위는 공공 재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초 공공 재개발 방식을 선택하는 정비사업장에 용적률이나 용도지역 종(種)을 상향해 사업성을 높여주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공공 사업자로 참여시키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의 절반을 공적 임대아파트로 조성하는 게 조건이다. 사업성을 두고 갑론을박에 시달렸던 성북1구역으로선 낭보다.
오병천 성북1구역 추진위원장은 "임대주택 의무 공급이 부담이지만 용적률이나 종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여준다면 해 볼 만하다"며 "SH(서울주택도시공사) 측과 접촉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북1구역은 10월 공공 재개발 시범사업장에 도전하는 것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성북1, 2구역은 각자 활로를 찾고 있지만 3, 4구역에선 재개발이 멈춰섰다. 사업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재개발 정책이 까다로워지면서 주민 갈등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성북4구역은 2015년 주민 갈등으로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됐다. 사업비를 두고 시공사와 송사까지 벌여야 했다.
이후 성북4구역은 후속 사업 없이 오랫동안 방치됐다. 2018년 서울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성북4구역 내 주택 117채 가운데 83채(71%)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주택으로 조사됐다. 39채(33%)는 빈집 또는 폐가 상태였다. 서울시는 성북4구역에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소규모 리모델링을 장려하는 '관리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려 한다. 하지만 올해 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여서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성북3구역도 좌초 위기에 빠졌다.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구역은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서울시와 행정소송을 벌였다. 1심에선 승리를 거뒀지만 2, 3심에서 연패했다. 3심까지 패배하면서 3구역은 회생 기회를 잃어버렸다.
지역 부동산 시장에선 성북3구역이 1구역이나 4구역의 길 중 하나를 택할 것이라고 본다. 인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예 정비구역 지정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정공보다는 우회로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강숙희 무지개부동산 대표는 "지역에선 3구역도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며 "이미 외지 투자자가 많이 들어왔고 신축 건물도 많은 만큼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