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하는 연극 '1인용 식탁'은 '혼밥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극은 4단계의 레벨을 지정해준다. 1단계는 패스트푸드점, 2단계는 한정식·패밀리 레스토랑, 3단계는 돌잔치·결혼식, 4단계는 고깃집이다. 혼밥이 더는 특별한 문화는 아니라고 하는데, 사실 고깃집 테이블에 앉아 홀로 고기를 구워 먹기란 왠지 쑥스럽다. '혼밥계의 에베레스트 등정'과도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막상 마음을 먹어도 고깃집 주인이 '1인 고객 사절을 외치면 돌아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도망갈 구멍을 주지 않는다. 손님이 적은 점심·저녁 시간보다 그사이 시간을 노리고,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가지 않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고깃집 혼밥을 끝내도 '잘' 먹지 않으면 실패다.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를 보며 혼밥을 한 것은 진정한 혼밥이 아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구석 자리부터 시작해 가운데 자리로 옮겨가 본다. 혼자 하는 식사와 함께하는 식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극 중 직장생활 9개월 차인 오인용(류혜린)이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의기소침해 하던 중 '혼자 밥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에서 배운 비법들이다.
'1인용 식탁'은 2010년 출간된 윤고은의 동명 소설을 이오진 작가가 각색한 작품이다. 당시는 혼밥이라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을 때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오진 작가는 "혼자 밥 먹는 현상뿐만 아니라 혼자의 삶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작품이어야 시의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혼자 밥 먹는 게 아무렇지 않다는 시대가 됐다곤 하지만, 사실 완전히 혼자 있는 것에 대해 모두 내적인 불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괜찮은 척하지 말라는 뜨끔한 지적이다.
이기쁨 연출은 "혼밥은 나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모두가 각자의 리듬을 찾았을 때 화음이 될 수도 있지만, 불협화음이 될 수도 있다"며 "결국 공존이라는 키워드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이니 삼시세끼 밥을 먹는 인간은 약 10만9500번의 식사를 하게 된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외로움이 아닌 독립된 인간을 상징한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것도 좋겠다. 자, 다시 링 위로 올라가 보자. 2단계였던 혼밥력을 3단계로, 아니 에베레스트 등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챌린지'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