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학기 대학 입시부터 적용되는 '이의신청 제도(가칭)'가 표준안 등 정확한 지침 없이 시행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의신청 제도가 대학 재량에 따라 운용되면서 불공정한 입시 전형을 개선하려는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20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 70여 곳이 이의신청 제도 시행에 맞춰 처리 기준과 절차를 마련 중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마다 수험생을 평가하는 기준과 행정 제도, 인재상 등이 다르기 때문에 재량껏 이의신청 제도를 운용하도록 했다"면서 "추후에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 (현재로써는) 없다"고 밝혔다.
이의신청 제도는 지난해 11월 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공정성강화방안' 가운데 하나로 도입된다. 수험생들은 수시와 정시 등 대입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되면 각 대학 입학처 등을 통해 이의신청할 수 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일부 수시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깜깜이 전형’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피해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의신청 기준 등에 대한 세부 지침 없이 대학 자율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공정성 시비를 우려한다. 한 입시전문가는 “사실상 공통 가이드라인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대학별로 이의신청 과정 공개 범위가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깜깜이 제도’일 뿐”이라며 “왜 불합격했는지 억울해하는 수험생의 입장을 고려해 좀 더 구체적이고 표준화된 답변이 가능하도록 공통 표준안을 만드는 것이 대입제도공정성강화방안의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학 입학처장은 "절차가 마련되면 대개 불합격자가 대입 전형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대학 입장에선 쏟아지는 이의신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차라리 대교협 등 교육당국에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수험생과 대학 입장에서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8일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 △정시 수능 위주 전형 확대 △사회통합전형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대입제도공정성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 전형 간 불균형이 심화한 가운데 대입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