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유가 급락 등 영향으로 해외 수주 모멘텀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내 수주 성과가 향후 회사 경영 실적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벌써 정비사업 수주 누계 1조 원이 넘는 ‘1조 클럽’ 업체들이 다수 나온 가운데 다음달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굵직한 수주전을 앞두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이투데이가 각 건설사로부터 받은 재개발·재건축 수주 현황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비사업 수주 누계 1조 원을 넘긴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3곳이다.
이 중 롯데건설이 1조5887억 원으로 수주액 기준 1위에 올랐다. 이어 현대건설(1조2130억 원), 현대엔지니어링(1조23억 원) 순이다. 당초 수주전에서 앞서 나간 곳은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부산 범천1-1구역(4160억 원), 서울 신용산북측2구역(3037억 원), 원주 원동나래구역(2089억 원) 등을 수주하며 일찌감치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후 현대엔지니어링이 인천 송림1·2구역 재개발사업(6742억 원), 울산 중구 B-05구역(1601억 원) 등의 사업을 따내며 수주 잔액 1조 원을 넘겼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 사이 롯데건설이 이달 초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을 수주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갈현1구역은 공사비만 약 9255억 원에 달하는 강북 재개발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롯데건설은 갈현1구역 외에도 울산 중구 B-05구역(1602억 원), 부산 범일2구역(5030억 원) 정비사업도 수주했다.
아직 1조 클럽에 가입은 못했으나 대림산업도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사업(2314억 원) 등을 수주하며 5387억 원의 수주 잔고를 기록했다. GS건설은 성동구 한남하이츠 수주에 성공하며 3287억 원을 수주했다. 5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시장에 뛰어든 삼성물산도 복귀와 동시에 2400억 원 규모의 신반포15차를 수주했다.
아직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시공사를 선정하는 굵직한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 달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한남3구역의 경우 사업비만 무려 1조9000여억 원에 달한다.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38만6395㎡ 부지에 분양 4940가구, 임대아파트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초대형 사업지로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3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이 곳을 수주하면 단숨에 올해 누적 수주액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이달 말 시공사를 선정하는 반포3주구도 8000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장이다. 반포동 일대 1490가구를 허물고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17개 동, 총 2091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경합 중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3구역과 반포3주구의 경우 공사액 규모도 규모이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 위치한 만큼 상징성이 커 이들 지역을 잡기 위해 건설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뿐 아니라 지방 도시정비사업에도 건설사들은 공을 들이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랜드마크 지역의 수주도 중요지만 지방 알짜 단지 수주 역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현대건설의 올해 수주 실적 중 절반이 부산과 대전 등 지방에서 이뤄졌다.
다음달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대전 삼성1구역 재개발사업에 롯데건설과 대림건설, 호반건설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4ㆍ8구역 재개발 사업에는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25일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