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주거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내용을 담은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아리송한 반응이 나온다. 온갖 규제 정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어 자력을 통한 내집 마련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보유율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12월 표본 6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2019년도 주거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전년 대비 △자가점유율(57.7%→58.0%) 및 자가보유율(61.1%→61.2%) 상승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중(5.7%→5.3%) 하락 △무주택 기간(11.9년→11.2년) 단축 등을 앞세워 제시했다.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국민들의 주거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정부 발표대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조사의 유효표본 수는 총 6만1170가구다. 이 중에서 청년가구와 신혼가구의 비중은 각각 8.5%(5216가구), 8.0%(4977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고령가구는 2만2752가구로 37.2%를 차지했다.
청년가구와 신혼가구를 합쳐도 고령가구 비중의 절반을 훨씬 밑돈다. 청년가구는 만 20~34세 가구주, 신혼부부가구는 혼인 7년 이하, 고령가구는 만 65세 이상 가구주 기준이다.
고령가구는 상대적으로 자금 축적 기간이 길어 자가 보유 비중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령가구를 조사 표본에 가장 큰 집단으로 포함시키면서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청년가구와 신혼부부의 내집 마련 수준은 오히려 현 정부에서 해마다 역행하고 있다.
청년가구 자가점유율은 2017년 19.2%에서 2018년 18.9%에 이어 지난해 17.2%로 대폭 떨어졌다. 이 기간 자가보유율은 21.1%에서 20.4%, 이어 18.9%로 지속 하락했다. 최저주거 기준에도 미달하는 가구의 비중은 9.0%로 10채 중 1채꼴이다.
신혼부부가구 역시 1년 새 자가점유율이 50.7%에서 49.3%로, 자가보유율도 53.9%에서 52.8%로 각각 내려갔다. 고령가구의 자가점유율이 76.9%, 자가보유율이 78.8%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사된 자료는 가구주 연령과 주택 유형, 점유 형태, 가구원 수 등 모집단 정보를 바탕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마이크로데이터로 생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발표한 다른 ‘자화자찬’식 내용들 역시 계속 오르는 집값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간 4.17% 올랐다. 서울은 7.95%가 뛰면서 3.3㎡당 매매가격이 2686만 원에서 2934만 원으로 치솟았다. 임차가구의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중(RIR)은 15.5%에서 16.1%로 악화됐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거 수준이 개선되는 추세이나 여전히 임차가구의 월임대료 부담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계획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2~3년간 임차가구의 주거 불안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